설경구(36)의 강철중 형사 역을 ‘공공의 적’(감독 강우석)에서 본 이라면 강우석 감독의 대작 ‘실미도’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설경구는 684 북파부대의 공작원 강인찬 역을 맡았다. 하지만 매일 8㎞ 구보를 기본으로, 혹독하게 배우의 몸을 단련해 빚어낸 ‘실미도’엔 설경구 특유의 징그러울 정도로 놀라운 연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그의 존재가 너무 커져버린 것일까. 강인찬 역은 웃자란 아이에게 억지로 입힌 옷 같은 느낌을 준다.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풍비박산난 인생을 서러워하는 장면에서 설경구 밖에 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공공의 적’과 ‘오아시스’에서 멀리 나아가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강우석 감독으로선 필승의 카드였겠지만 설경구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선 크게 보탬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실미도’의 묵직하고 고지식한 감동은, 설경구가 조금 뒤로 물러나 안성기 정진영 허진호 등과 억눌렸던 시대의 목소리를 한 목소리로 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극단 학전 출신의 연극배우답게 집단 앙상블 연기에도 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역도산’(감독 송해성)을 준비 중인 그는 평소 체중보다 15㎏가 더 나가는 90㎏을 목표로 살을 찌우고 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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