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살림 남편보다 죽음까지 함께 한 남편이 낫다!" 31일 밤 동시에 열리는 KBS와 SBS 연기대상 시상식 중 어느 곳에 참석할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탤런트 김희애(사진)가 결국 SBS를 택했다.올 초 7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희애는 KBS2 '아내' SBS '완전한 사랑'에 잇따라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아내'에서 기억을 잃고 딴 살림을 차린 남편(유동근) 때문에 통곡하는 조강지처 역을 열연, 최진실 채시라 등 '아줌마 연기자'의 흥행 참패 행렬에 마침표를 찍었다. 차인표와 호흡을 맞춘 '완전한 사랑'에서도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드는 열연을 펼쳐, 두 방송사 연기대상 최우수상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양사에서 모두 대상까지 노려볼만 했지만, 두 방송사의 시상식이 동시에 열린다는 점이 문제. 김희애 측근은 25일 "SBS 시상식에 참석키로 했다"고 밝혔다. SBS는 시상식에 특별 코너까지 마련하며 '김희애 모시기'에 공을 들였고, 그도 18일 열린 '완전한 사랑' 종방연에서 "KBS 대상은 '장희빈'의 김혜수가 받아야 한다"고 말해 KBS 시상식 불참을 시사했다.
김희애의 SBS 여자 최우수상 수상은 '떼 논 당상'이고, 관심사는 대상까지 거머쥘 수 있느냐는 것. 유력한 경쟁자는 김희애와 '올인'의 이병헌. 방송가에서는 "시청률은 '올인'이 앞섰지만, 오래 침체에 빠졌던 SBS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은 일등공신인 데다 어려운 결정으로 시상식을 빛내준 김희애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김희애의 KBS 최우수상 수상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 KBS 관계자는 "시상식에 불참하면 상을 주기 곤란한 게 사실"이라며 "'다른 방송사에서 상 받느라 못 왔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대상을 놓고는 김혜수와 '보디가드'의 차승원이 경합 중이지만, 초반의 혹평에도 불구 끝까지 열연한 데다 막판 뒷심까지 발휘해준 김혜수의 몫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상을 안 주면 시상식에 안간다"는 연기자들도 적지 않다. 수상과 시상식 참석을 둘러싼 연기자들과 방송사간 줄다리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는 것. 이밖에도 KBS 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른 송승헌이 "'여름향기'는 기억하기도 싫다"며 "상 줘도 (시상식에) 안 간다"고 밝히는가 하면, SBS는 고작 6회 방송된 '천국의 계단'의 권상우 신현준 최지우를 최우수상 후보에 올려 뒷말이 많다. 가요대상의 속사정도 다르지 않다.
때문에 방송사 내부에서도 폐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방송사가 짭짤한 광고 수익을 포기할 리 없다. 한 PD는 "3시간 생방송이면 대략 72건의 광고가 붙는데 요즘 같은 불황에도 모두 찼다"면서 "편당 최소 800만원만 잡아도 총 5억7,600만원이 굴러들어와 제작비 벌고도 3억원 안팎이 남는 '장사'를 누가 마다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상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주판알만 튕기는 사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잔치'의 의미는 퇴색한 지 오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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