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계속된 경기침체와 인력난은 2003년 내내 중소벤처들을 괴롭혔다. 침체된 증시와 카드채 문제, 벤처 펀드 고갈 등의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와 산업공동화 문제 등이 가세하면서 중소기업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위태로운 한해'였다는 중소벤처업계의 지난 한해를 되돌아 본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
올해 중소기업계의 최대 이슈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허가제 문제였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고용허가제의 필요성은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고질적인 송출비리와 인권문제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귀국할 만큼 충분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위장취업과 무단체류로 법의 테두리를 넘어야만 했다. 이들 상당수는 가혹한 노동조건과 비인격적인 대우에 시달려야 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같은 악조건은 점차 스러져 가는 중소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7월31일 중소기업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련법령이 국회를 통과했다. 20여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12만명은 강제 출국을 앞두고 있다. 단속을 피해 몸을 숨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면서 중기 현장은 심각한 인력부족마저 겪고 있다. 또 당분간 산업연수생제가 병행 운영됨에 따라 이중 제도로 인한 수많은 갈등이 꿈틀대고 있다.
양극화 현상의 심화
극심한 내수침체는 중소·벤처기업들을 사상 최악의 경영난으로 몰아넣었다. 이들의 주된 수요처였던 대기업들마저 국내를 등지는 현상이 일년 내내 계속되면서 제조업 납품업체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상반기 중소기업의 은행 연체율은 2.2%로 작년말보다 0,3%나 오르는 한편 10월까지 부도 중소업체의 수는 4,436개로 지난해 전체 수(4,244개)를 넘어섰고, 연간 제조업 공장가동률은 역대 최저인 60%에 머물고 있다.
한편 일류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개척에 성공한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다. 극세사업체 은성코퍼레이션, 정전기방지 부품을 만드는 아모텍, MP3업체 레인콤, 일진다이아몬드 등이 대표적인 기업.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중소벤처업계의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기술 중심의 수출 기업과 요소 중심의 내수 기업간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산업전체로 확산된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중국진출 러시와 개성공단 착공
올해에도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계속됐다. 제조업 중소벤처 10개중 4개는 이미 중국으로 옮겼거나 옮길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처럼, 인력난 해소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국행은 손쉽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각광 받았다. 고용허가제, 주5일 근무제 도입, 노사갈등의 심화도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 기업들의 탈한국을 부추겼다. 그러나 기업들의 '차이나 드림'은 점차 무너지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밀려들면서 중국정부도 보다 선별적인 태도로 바뀌고 있고, 임금 수준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과거처럼 높은 비용대비 생산성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황해도 개성시 인근 2,000만평에 조성되는 이 공단은 연간 인건비는 1인당 100만원 미만이다. 서울에서 1시간, 인천항에서 2시간 거리에 있어 물류의 이점이 크다. 무엇보다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낮다는 것이 장점.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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