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경제력집중은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으며,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때까지는 경제력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세계적인 컨설팅전문업체 보스턴 컨설팅그룹(BCG) 한국사무소는 25일 '글로벌 초일류기업은 무엇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한국경제 발목 잡는 그릇된 믿음 5가지'를 비판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5가지 잘못된 믿음으로 경제력집중 억제하고, 중소기업을 키워야한다? 업종별 선도기업 대신 산업이 성장을 견인한다? 내수시장 키워 수출의존도 낮추자? 서비스업 주도의 경제성장? 정부의 기업정책 보다 기업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등을 제시하고, 분야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공정위의 경제력집중억제정책에 가장 강력한 비판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소득규모별 경제력집중도(2001년기준)를 보면 한국 등 국민소득 1만달러 미만 7개국가의 경우 13%에 그친 반면, 1만∼2만달러(5개국) 21%, 2만∼3만달러(12개국) 34%, 3만달러 이상(5개국) 27%로 2만달러까지는 경제력집중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총생산(GDP)대비 10대기업의 총매출액(2001년기준)도 한국의 경우 29%로 국민소득 1만달러이상 23개 OECD회원국 평균치 33%에 비해 낮으며, 독일 및 영국(각 30%), 프랑스(35%)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기업의 집중도는 결코 높지 않다"고 밝혔다.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믿음도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주력산업 선도기업의 경우 시장점유율 톱3가 전자 43%, 조선 67%, 자동차 63%, 통신 72%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업종별 상위기업이 성장을 주도한다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국민의 정부이후 제기돼온 내수주도 성장 실험도 실패로 끝났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경우 1987∼1996년 연평균 성장률이 2.4%를 기록하는 동안 내수와 수출 증가율은 각각 2.6%, 5.2%로 수출성장률이 두배 이상 높았다는 것.
보고서를 작성한 BCG 한국사무소 이병남 부소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위해선 2010년까지 연평균 실질성장률 5%를 전제로 수출증가율도 연평균 13.1% 증가해야 한다"며 "수출역량을 더 강화하고 제조업에 대한 사랑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대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투자해야 중기도 생존할 수 있으며, 기업경쟁력에 비해 훨씬 뒤쳐지는 정부의 기업정책이 먼저 개혁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이 부소장은 "산업별로 글로벌 톱10 기업수가 국가경제력을 좌우하지만 한국에는 삼성전자 단 1개밖에 없다"며 "톱10 7개사는 있어야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톱10전략과 관련, 삼성전자의 'C커브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분야를 씨앗, 묘목, 과수, 고목사업으로 분류한 후 고목사업의 과감한 정리를 통해 반도체, 단말기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 수익성을 높여 톱10기업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이의춘기자e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