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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억원대 홈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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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억원대 홈런볼

입력
200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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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아시아홈런신기록)도 아니고 55호(타이기록)를 그 돈 주고 사다니, 직업이라도 알고싶네요." "그만하면 적당한 것 아닌가요." '홈런왕' 이승엽의 올시즌 55호 홈런공이 경매에서 1억2,500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아침, 관련 인터넷사이트 등에는 팬들의 공방이 펼쳐졌다. 일부 네티즌은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정신나간 짓"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야구공 하나의 값은 6,500원. 지난 9월 공을 뜰채로 낚아챘던 청년은 1만9,240배짜리 '대박'을 터뜨렸으니 팬들의 싸늘한 반응을 이해할 만도 하다.

시야를 바깥으로 돌리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미프로야구 1998시즌 마크 맥과이어의 70호 홈런볼은 당시로서는 시즌 최고기록이란 점을 인정받아 300만5,000달러(당시 환율로 약 36억원)에 낙찰됐다. 이승엽의 홈런볼 보다 29배를 더 받은 셈이다.

과연 이승엽과 마크 맥과이어의 기록은 이 정도의 가치 차이가 있는 것일까. 미프로야구의 정규리그 게임이 우리 보다 29경기나 더 많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물론 미프로야구의 시장은 우리에 비해 훨씬 광대하다. 인기 역시 폭발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듯 싶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소비자(팬)를 사로잡을 수 있는 공급자(프로야구 전체시스템)의 경쟁력이 크게 뒤지고, '업적'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우리 문화와 풍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29배 차이를 낳았다고 하면 지나칠까.

이번에 낙찰된 홈런볼은 56호 신기록볼은 아니지만 그 공이 삼성구단의 손에 들어가 있는 만큼 최고의 시장성을 가진 '기념물'이다. 이를 남기고 일본으로 떠나는 이승엽이 그곳에서 또 다른 기록을 만들어낸다면 그 볼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을 지 무척 궁금하다.

최영윤 체육부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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