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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춘문예 예심/"필력 갖춘 젊은 작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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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춘문예 예심/"필력 갖춘 젊은 작품 많아"

입력
200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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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청들은 선배 문인들과 가상의 경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신 다른 매체와 경쟁한다." 200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맡은 심사 위원들의 소감이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책보다는 영화와 인터넷 등 영상매체에서 상상력을 얻고, 그런 매체를 의식하며 습작을 한다는 말이다.12일 마감된 한국일보 신춘문예 5개 부문 응모작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 부문 응모자는 1,011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소설 부문 응모작은 623편으로 지난해보다 100편 넘게 늘었다. 희곡은 163편, 동화는 267편이 접수됐으며 동시 부문에는 201명이 응모하는 등 지난해보다 응모작은 많아졌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호주, 포르투갈, 인도네시아 등 해외 동포들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보여 준 호응은 압도적이었다.

단편소설 예심을 한 소설가 윤대녕씨와 평론가 류보선 김미현씨는 "한국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은 다른 곳에 비해 '젊은 작품'이 많다"며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소설 구조와 훈련된 문장력이 돋보였다고 평하면서 "오래 쓸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문학을 소중히 여기는 한국일보의 전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평론가 김미현씨는 "특히 사회와의 연관성보다는 개인과 자아의 문제에 집중된 작품이 많았다. 투고자들이 젊기 때문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류보선씨는 "1990년대 중반 이후까지도 유행하는 주제로 흐름이 모여졌던 것이, 최근 들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가족의 해체와 분열, 귀향에 따른 좌절, 학교문제, 통일문제 등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삶의 징후'가 다뤄졌다"고 평했다.

그러나 응모자들이 독서 체험보다는 영상 문화에 경도됐다는 게 심사 위원들의 종합적인 평이다. 윤대녕씨는 "많은 소설이 반응과 느낌만 있을 뿐 갈등과 성찰이 없다. 영상 매체의 영향 때문"이라며 "응모자들이 고전 작품을 읽지 않을 뿐 아니라 동시대의 소설도 읽지 않는 듯하다. 기존 작품과는 다른, 낯선 구성과 문체를 실험하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현씨는 "단편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단편은 말을 낭비할 새가 없는데, 일상적 대화를 남발하는 등 언어의 밀도가 성긴 것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최종심사 결과는 2004년 1월1일자 한국일보에 발표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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