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의원정수와 선거구 획정을 중심으로 한 선거법개정을 놓고 몸싸움을 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정치생명이 걸린 사안을 매끄럽게 처리할 리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이해에도 죽고 살기식으로 싸우는데, 하물며 자신들의 존립기반과 관련 있는 게임 룰을 정하는 문제를 그냥 지나친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야 3당은 소선거구를 유지하면서 의원정수를 16명 늘려 289명으로 하는 개정안을 23일 밤 늦게 기습 상정했고, 정신적 여당임을 자임하는 열린우리당은 이를 실력 저지했다. 선거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야 3당이나,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도 회의장 점거와 몸싸움의 구태를 재연하는 우리당이나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야 3당은 선거구획정 인구기준 시점을 3월말로 하는 등 어떻게든 기득권을 지키려 했고, 우리당은 야 3당안을 비개혁적으로 몰아 스스로의 개혁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특히 우리당은 실현성 여부와는 별개로 지역할거구도 타파를 위해서는 중·대 선거구제가 불가피하다는 속 보이는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선거법이 정치개혁의 전부인 양 잘못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선거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정치자금의 투명화와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의 대명사인 정당구조 개편도 시급하다. 중앙당 슬림화 방안과 존폐를 포함해 지구당의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문제 등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정치개혁특위가 선거법에 매달려 이번에도 이를 소홀히 한다면 정치개혁은 또 다시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정치개혁을 제도화하는 문제는 뒷전에 둔 채 밥그릇과 직결된 선거구제와 의원정수를 갖고 싸움을 하고 있는 국회를 정신차리게 하는 길은 유권자들의 각성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