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실업이 시대적 화두로 부각됨에 따라 '이십대 태반이 백수건달'이라는 말을 줄인 '이태백'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세상입니다. 청년실업을 빗댄 풍자어는 이 밖에도 취업에 자신을 잃은 대학생들의 휴학이 늘어나면서 '대학 5학년'이 있는가 하면 '고교 4학년'까지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에 취직하기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이고 그에 성공하면 숫제 '가문의 영광'이라고까지 회자된다고 하는군요.헌데 본디 '이태백'은 지금과 같은 '슬픈'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태백은 당나라 시선(詩仙) 이백의 자(字)입니다. 시성(詩聖) 두보는 이태백의 시에 대해 "붓끝이 움직이니 비바람이 놀라고 시가 이뤄지니 귀신이 운다"고 극찬했습니다. 또 당나라의 문인 한유는 "이백과 두보의 문장은 그 빛이 만장(丈)이나 뻗었다"고 했구요. 후세에 신선으로 추앙되기도 한 걸출한 인물이 바로 이태백입니다.
일전 모 기업이 정치권에 '차떼기'로 불법 대선자금을 건넸다고 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150억원은 청년실업자 1,000명을 고용해 좌절의 늪에서 건져낼 수 있는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랍니다. 그러니까 차떼기가 한 번 이뤄질 때마다 청년들의 일자리 수천개가 달아난 것이고 이는 곧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훔쳐간 것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이미 시중에는 '오륙도' '사오정'과 더불어 '삼팔선'이라는 실로 달갑지 않은 용어들이 떠돌고 있는데 이번에 그보다 강도가 더욱 심한 '이태백'까지 나와 설쳐 대고 있으니 걱정의 차원을 떠나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민선정과 멸사봉공해야 할 정치인들이 연일 정치자금수수로 이전투구만을 벌이고 있으니 당면한 청년실업의 암운 역시도 쉬 걷어질 리 만무하다는 것이 세인들의 공론입니다.
올해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살인적인 사교육비까지 들여가며 자식을 가까스로 대학까지 가르친 부모들이 한국인 거개의 초상입니다. 그럼에도 지지리도 못 난 정치인들을 만난 죄로 인해 과거 같았더라면 번듯했을 대졸자 자식들마저 모조리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고, 그 울화로 담배에 독한 소주만 들이붓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부모들의 초상입니다. 부도덕하고 자격 없는 정치인들이여, 이젠 그만 정쟁의 흙탕물에서 나와 본연의 임무로 회귀함이 어떨까 싶소만... /hks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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