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경기 안산 시흥 화성시 일대 시화호 주변 개펄(3,254만평)을 초대형 관광·레저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시화호 북측간석지(317만평)에 위치한 안산과 시흥 시민들은 "생존권 파괴"라며 거부감을 보인 반면 남측간석지(2,937만평) 부근 주민들은 "개발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반기고 있다. 남북 여론이 나뉜 가운데 남측간석지 중 우음도와 형도 주민들은 "어민을 두 번 죽이는 개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게다가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가 "환경파괴 계획"이라며 계획의 전면 재수립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일단 환영의 뜻을 비추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화호 개발은 시화호 파괴"
"17년을 속아 살아왔는데 이참에 아예 나가 죽으라는 거여." "정부가 죽인 시화호를 바다가 살렸으니 주민한테 돌려줘야지."
시화호 남쪽 우음도와 형도의 어민들은 고기잡이로 굳은 살이 박힌 주먹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개발 반대 이유는 생존권 문제로 모아진다. 반월특수지구로 묶여 재산권 행사는커녕 이사까지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데다 유일한 생계 수단인 어업마저 불법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시화호가 살아난다"는 소리에 찾는 이도 늘고 1톤짜리 통통배로 연명하던 고기잡이도 활기를 찾아 막힌 숨통이 트이고 있던 섬 주민들에게 시화호 개발 계획 발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 박붕춘(47)씨는 "우음도에 식물원, 형도에 철새도래지 만드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왜 멀쩡한 주민들을 내쫓냐"며 가슴을 쳤다.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들어 호수를 죽이고 수조원을 낭비하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윤영배 우음도 어촌계장은 "2006년까지 2급수로 만들어 시화호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마저 저버린 정부를 누가 믿겠냐"고 반문했다.
시화호 주변 공단 5,700여개 공장이 뿜어내는 각종 환경오염물질에 질린 시흥시 정왕동 주민들 역시 개발 얘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부 정연희(39)씨는 "여기 안 살면 고통을 몰라요. 멀티테크노밸리를 세운다고 떠들어도 매연 때문에 숨도 못 쉬는 이곳에 들어올 업체가 있겠느냐"고 콧방귀를 뀌었다.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반대 논리도 다르지 않다.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화성·시흥·안산 시민연대회의 임병준 사무국장은 "시화호 파괴를 통한 개발이익으로 시화호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부안은 졸속인 만큼 담수호 실패 책임규명과 아울러 어업권 반환, 주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시화호 생태계 복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화호 개발은 마지막 기회"
시화호 북쪽과 달리 농지와 신도시로 개발되는 남쪽간석지 부근 주민들은 10년 동안 방치된 지역이 개발된다는 소식에 들떠 있다. 사람의 왕래가 뜸하던 송산면 사강리 일대 부동산엔 땅을 알아보려는 외부차량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업주는 "며칠사이에 땅값이 배 가까이 올랐다"며 "땅이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송산면 주민들은 시화호 개발 반대가 주민들 여론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주민(42)은 "도대체 누가 반대하느냐"고 목청을 높인 뒤 "바다 매립으로 인해 고통과 소외, 간척 후엔 무관심과 방치로 인해 불만이 폭발 직전에 있었다"며 "송산 사람 열에 아홉은 개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도 시화호 주변 개발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화성시 관계자는 "친환경 개발이 되야 하겠지만 솔직히 중국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흥=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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