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전'이라는 제목을 달 수 있는 경기는 절반은 성공한 이벤트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노를 국내 쇼트트랙 대회에 초청해 김동성과 재격돌 하게 한다면 적어도 흥행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이 카드의 성공가능성이 높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복수전 성격의 라이벌 전에다 국가간의 경기를 일종의 대리전쟁으로 간주하는 스포츠 팬 특유의 성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999년 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배구경기가 있었다. 당시에도 배구관중은 몇 백 명 수준이었고 경기장 인근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인기그룹 콘서트 등 동시에 열린 큰 이벤트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경기 표는 무려 4,300장이나 팔렸다. 정황으로 미루어 그만큼 팔릴 뚜렷한 흥행요인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 라이벌 요소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이벤트의 라이벌 요소는 국내 대학배구의 양대 명문인 한양대와 성균관대 출신선수가 맞붙은 OB전이었다는 점과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고있던 김세진, 신진식이라는 두 스타가 양 팀으로 나뉘어 맞대결을 펼쳤다는 점이다.
장기레이스로 펼쳐지는 프로리그에도 라이벌 각이 세워지기도 한다. 국내 프로리그의 라이벌구도는 지역감정이 발단이 되거나 기업간의 경쟁심이 소유구단에 이입되는 경우가 전형적이지만 엉뚱하게도 감독 때문에 두 팀이 앙숙이 된 사례도 있다.
프로야구의 삼성 라이온스와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는 1984년 가을부터 한동안 철저한 앙숙이 되었던 적이 있다. 당시 삼성은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고 나머지 한 팀은 마지막 두 경기의 승부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삼성 감독이 의도적으로 롯데를 밀어준 게 발단이었다. 이후 두 팀 선수는 경기 중 수 차례 집단 난투극까지 벌이는 관계가 되었다. 이 경우는 비록 흥행성공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경기보다 보는 맛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스포츠 이벤트의 흥행 성공에 라이벌 구도가 큰 작용을 하는 것은 팬들에게 선수들의 분발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벤트 기획자나 연맹 혹은 언론이 의도적으로 라이벌구도를 만드는 이유도 팬, 시청자, 독자의 관심을 증폭시키자는데 있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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