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하자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개혁은 이제 실천의 문제로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과연 그런 개혁이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거구제를 둘러싸고 격돌을 거듭한 정치권의 속내가 결국 제 밥그릇을 깰 수는 없다는 것이었음을 드러냈다.소선거구제냐, 중대선거구제 혹은 도농 복합선거구제냐를 두고 야3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벌어진 논란에 자신의 이득을 다지기 위한 경쟁이 수반돼 있음은 그렇다 치자. 선거구제 자체의 장단점이야 보기에 따라 판단과 선택이 다를 수도 있는 문제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되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얼마 전 범국민 정치개혁협의회가 비례대표제를 확충토록 한 권고안이 이런 맥락의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주고받은 공방의 핵심이 결국 227석의 현행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는데 있었음을 보면서는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법 개정시한이 연말까지라는 핑계 아래 어물쩍 지역구의원을 증원해 의원정수까지 늘린 것은 정치권의 기막힌 술수이다. 대선자금 비리의 태풍 속에 내 탓, 네 탓 공방에 열중하느라 정치개혁 논의를 덮어 놓고 있다가 시한촉박이라는 것을 구실로 결국 밥그릇을 키우는 것으로 논의를 호도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정치개혁의 더 중요한 과제가 검은 돈의 척결이어야 함은 불법 대선자금의 엄청난 진통에서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누가 정치권의 양식을 믿을 수 있겠는가. 자신에게 불편하다고 선관위의 단속권한까지 뺏으려던 정치권이다. 투명한 자금, 엄격한 처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실현해야 한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기도에 대해 가혹한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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