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연말을 맞아 23일부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전날 "안희정, 최도술씨 등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기소 및 추가기소가 이뤄지는 29일까지는 큰 기사거리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대선자금 수사 개시 이후 해 오던 수사상황 브리핑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측근비리 특검이 다음달 6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 연말까지는 측근비리 사범들에 대한 기소절차에 대비할 계획이다.측근비리 수사는 29일 안씨 등에 대한 기소내용 발표를 끝으로 검찰의 손을 떠나게 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최도술씨의 추가 비리다. 이날 최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일부 공개된 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대선 직전 고교 선배인 이영로씨가 모금한 1억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지역 업자들을 상대로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해 민주당 부산선거본부에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돈과 별개로 4·13 총선후 대선전까지 최씨는 이씨로부터 3억원의 돈을 받았다. 대선전 최씨는 노 대통령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을지구당 사무국장이었다. 이 돈의 출처가 무엇인지, 최씨가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 외에 지구당 운영비로 사용된 돈은 없는지, 만일 운영비로 들어간 돈이 있다면 이는 노 대통령에게 건네진 불법 정치자금이 아닌지 등의 의문이 해소되어야 한다. 검찰은 당초 썬앤문 그룹의 감세청탁 의혹 수사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역시 29일 몰아서 발표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전화 청탁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명확한 결론을 유보하거나 청탁 정황이 드러난 지난 정권 실세 P씨와 민주당 P의원에게 혐의를 두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썬앤문 돈을 받은 여야 정치인들의 경우 영수증 발급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데 막바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일부 정치인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영수증을 발부한 것처럼 관련자료를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장기간 수사가 진행돼 온 최도술씨와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비리의혹은 특검이 시작돼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 어려울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썬앤문 사건에 대해선 "수사기간이 한달 밖에 안됐다"며 찜찜해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측근비리 수사를 털어낸 만큼 새해부터는 기업 비자금 및 유용 정치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은행간부 金씨가 핵심" 野 "盧쪽은 용돈수사로 은폐" 연일 공세
한나라당은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국민은행 간부 김모씨를 '노 캠프 마이더스의 손'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또 노 대통령의 측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이어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도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되자 "솜방망이 처벌" "수박 겉핥기 수사"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검찰이 한나라당에 대해선 강도 높은 정치자금 수사를 펼치면서 노 대통령쪽에 대해선 뇌물수사를 용돈수사로 은폐하고 있다"며 "검찰은 지금 특검에 대비해 수사하는 척 쇼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의혹이 불거진 지 벌써 9개월째인데 검찰이 녹취록 등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이제서야 개인비리로 기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뤄진 권력비리를 노 대통령을 제외한 개인비리로 몰고 가다 보니 부실한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국민은행 간부 김씨를 "썬앤문 그룹 회장 문병욱씨가 농협에서 115억원을 대출 받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의 재정관계 업무를 도맡은 의혹의 장본인"이라며 의혹을 부풀렸다. 그는 "이런 비리 혐의의 핵심을 검찰이 은근슬쩍 참고인 자격으로 한 차례만 소환했다니 말이 되느냐"면서 "검찰이 김씨를 조사하고도 이광씨 돈 1억원 환전 외에 다른 혐의를 확인하거나 출국금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은 편파 부실수사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도 "이광재씨 수표 환전 개입 등으로 미뤄 김씨에 관한 상당수 의혹이 사실로 보인다"며 "이 시점에 기업들이 당시 노 후보측에 준 당선축하금을 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검찰은 노 후보측 당선축하금의 총규모를 대선잔금과 구별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한 "수사검사 바꿔라"
한나라당이 23일 "노무현 캠프 대선자금에 대해 수박 겉핥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 검사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각 당간에 수사개입 및 형평성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배용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형평성 시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수사 실무 책임을 지고 있는 주임검사가 지나치게 정치색이 짙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 부대변인은 "형평성이 요구되는 수사를 청와대 파견 근무 경력이 있는 검사에게 맡겨서야 될 일이냐"면서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해선 시시콜콜 발가벗기기 수사를 하면서 노 캠프 수사는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지목한 검사는 유재만 대검중수 2과장으로 최근 자진 출두한 이회창 전 총재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형평성 시비에는 "일리가 있다"고 수긍하면서도 검사교체 요구는 "수사 발목잡기"라고 비난했다. 조순형 대표는 이날 "대선의 승자건 패자건 똑같이 대선자금의 실상을 수입부터 지출까지 낱낱이 고해성사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해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장전형 부대변인도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 수사는 마치 소가 뒷걸음치며 아리랑고개를 넘듯하고 있다는 인상이다"고 비꼬면서도 "한나라당의 수사검사 교체요구는 과민반응으로 수사 발목잡기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장 부대변인은 또 "검찰이 한나라당 김영일 의원집을 이제서야 압수수색한 것은 전형적인 뒷북수사로 빼돌릴 것 다 빼돌리고 먼지밖에 더 나오겠느냐"고 질타했다.
열린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은 "수사 검사 교체요구는 검찰 수사를 가로막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생떼"라며 "검찰 수사에나 당당히 응하라"고 비난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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