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박모(54)씨는 20일 밤 손님을 태우고 서울 청계4가로 들어서기 위해 세운상가 밑 표지판이 지시하는 길로 들어섰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표지판에는 분명히 청계4가 쪽으로 가려면 왼쪽 길로 들어서라고 돼 있었지만, 화살표를 따라 들어선 길에는 반대방향에서 차들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상등을 켜고 역주행해 화를 면한 박씨는 "이제 손님들이 '청계천 가자'고 하면 겁부터 덜컥 난다. 택시 기사 생활 30년에 이렇게 미로같이 복잡한 길은 처음이다"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청계천 복원공사가 시민들의 안전은 완전히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청계고가로가 완전 철거된 후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면서 청계로 모든 구간이 파헤쳐지고 있지만 안전에 필수적인 교통표지판마저 제대로 정비돼있지 않아 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기완공'을 위해 여기저기서 마구 늘어난 공사구간이다. 청계2가와 1가 사이에 위치한 광교 네거리의 경우 교차로 사방 100m 내에만 총 8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게다가 8건의 공사구간이 도로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어 길이 미로처럼 엉켜 있다. 중앙차로에서 교차로를 통과하던 차량이 4차로로 들어서거나 우회전을 하려면 공사구간을 끼고 돌아 거의 90도 각도로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교행구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지만 구간이 너무 좁아 차들이 서로 엉켜 오히려 사고위험성이 크다. 또 공사구간이 상당부분 교차로 안까지 튀어나와 있어 지그재그로 공사구간을 피해 운행해야만 겨우 통과할 수 있다.
통행 가능한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아예 없거나 잘못된 표지판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청계3가 지역에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엉뚱하게 반대쪽 차선 안쪽에 서있어 이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청계5가 부근에는 '우회전 가능' 표지판과 함께 교차로 신호등에는 '우회전 불가' 표지판이 그대로 붙어있다. 또 차선만 보고 도로를 따라가다가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복원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그어져 있던 차선을 지우지 않고 새 차선을 이중으로 칠해 놓아 차선이 서로 X자로 꼬여 있는 곳이 많으며, 특히 중앙선이 이중으로 돼 있는 곳도 있어 야간주행시에는 충돌사고 위험성마저 있다.
회사원 박모(28)씨는 "공사 구간이 자주 바뀌는데도 통행 가능한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신호등이 없어 자칫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통신과 한전 측에서 선로 이설 작업을 위해 서로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발생한 문제"라고 변명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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