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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카드빚 폭탄" 책임자 문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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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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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사실 보통사람들의 관심은 선거에 있지 않다. 취직도 안되고 카드빚 독촉은 심해지는 형편이니 어느 정당이든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싼 많은 문제 중에서도 신용카드 문제는 내수침체와 카드회사의 위기로 이어지는 모든 문제의 근본이 되고 있다.여느 때 같으면 연말을 맞아 가족과 이웃 간에 정을 나누고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하겠지만 이번 연말에는 카드빚에 몰린 사람들이 가족과 동반 자살하고 부녀자를 납치하거나 떼강도를 벌이고 있다. 카드 빚 때문에 평화롭던 가정이 깨지고 아이들이 고아원으로 내몰리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다.

이런 현상적인 문제들보다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는 그 동안 카드로 소비의 즐거움을 맛본 많은 사람들이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카드로 상류층을 방불케 하는 생활수준을 맛본 사람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 소비수준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소비수준을 낮추는 것에 대해 스스로 심각한 저항감을 느끼게 된다는 게 경제학의 상식이다.

따라서 적어도 당분간 많은 국민들이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지출에 맞춰 자기의 수입을 늘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설사 사회 전체로는 카드빚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소득원을 찾아야 하므로 사회적 탈선과 범죄율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일부에서는 현 정부 탓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카드 문제는 지난 정부에게서 넘겨 받은 '폭탄'이다. 국민의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카드 부채라는 폭탄을 만들어서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빛나는 업적만 챙긴 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현 정부에 그 폭탄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돌이켜보면 국민의 정부는 국민과 국가경제에 고통을 준 IMF 환란의 책임을 물어 이전 정부의 주요 각료들을 엄중하게 논죄한 바 있다.

앞으로 카드문제와 같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2003년 한 해 동안 카드빚 때문에 사라진 어린 목숨들과 삶이 망가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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