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전편 만한 속편은 없다는 건 어느 정도 정설이 돼 있다.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은 편수가 늘어갈수록 첫 편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졌다. 물론 이 역시 지극히 주관적 판단이다.그럼 왜 속편을 즐기지 못하는가. 시리즈 첫 편이 '질문'이라면, 후속편은 '답'이기 때문은 아닐까. 질문을 할 수 있는 영역은 광범위하지만, 답이란 어차피 질문의 범주 안에 들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사과는 왜 빨간가"라는 물음의 답은 결국 과일, 혹은 색의 범주 안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질문은 자유롭고 기발해도, 정답은 그럴 수 없다. 질문의 기발함에 현혹된 사람을 현혹시킬 만한 또 다른 의외의 답은 참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한국인들은 맨날 취향이 똑 같다. 끝에 가서 한 번 반전하는 영화는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이고, 두 번 반전하는 영화는 좀 작품성이 있는 영화이고, '장화, 홍련'처럼 너무 많이 반전해서 줄거리까지 쉽게 와 닿지 않게 되는 영화는 작품성도 있고 흥행성도 있다는 식의 그야말로 수학 공식 같은 취향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 (맥스무비 관객영화평 중 'mjudge'님의 글)
이 글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의외성 혹은 반전에 영화보기의 재미를 인질 잡힌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나 좀 놀라게 해 봐" 하고 팔짱 끼고 보는 속편이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속편이란 시니컬하기보다는 낙천적인 사람에게, 소극적인 사람보다는 적극적인 사람에게, '7,000원 버렸네'라고 쉽게 단정짓는 사람보다 '7,000원이 어딘데'라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물론 이런 비관론자들은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고도의 사기술에는 쉽게 넘어간다. '속편이 왜 재미없을까'라는 질문에 '전편이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일까' 식으로 근엄하게 되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예술이에요."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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