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3.' '국민타자' 이승엽(27·지바 롯데 마린즈)이 내년 시즌에 대비한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이승엽은 22일 오전11시 대구 경북고 야구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개인훈련을 시작하며 40여일 가까이 쉬었던 운동을 재개했다. 이날 오전 간단한 워밍업으로 몸을 푼 후 캐치볼과 프리배팅을 하며 개인훈련에 돌입한 이승엽은 내년 1월10일 롯데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이전까지 국내에서 몸만들기에 전념할 예정이다.
머리를 산뜻하게 자른 모습으로 운동장에 나타난 이승엽은 "바비 발렌타인 감독의 지시에 따라 내년 2월 초까지 몸상태를 정상수준의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기초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면서 "체력을 다진 후 본격적으로 타격감을 조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이날 J's엔터테인먼트 김기주 일본지사장으로부터 전해받은 퍼시픽리그 5개 구단 주요 투수들의 'X파일 비디오' 를 잠시 본 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일본투수들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훈련기간 틈틈이 비디오를 통해 일본투수들의 장·단점 파악에 주력할 이승엽은 "직구는 국내투수들보다 못한 선수도 있다"며 올해 국내무대에서 세운 아시아 시즌최다홈런(56개) 기록행진을 내년 시즌 일본에서 재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승엽이 비디오를 보면서 특히 주목한 투수는 우완 사이토 가즈미(다이에 호크스). 올 시즌 20승3패, 방어율 2.83을 기록하며 다승, 승률, 방어율 3관왕을 거머쥔 대형투수이다. 야구부 숙소 감독실에서 사이토의 투구 내용을 지켜본 이승엽은 190㎝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묵직한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유심히 관찰했다. 이승엽은 "와인드업 동작 중간에 한템포 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노려서 치는 내 스타일에 제격"이라며 자신있는 표정을 지었다.
이승엽은 또 올 퍼시픽리그 신인왕 출신의 좌완 와다 쓰요시를 경계해야 할 투수로 꼽았다. 와다는 테이크백한 팔이 앞으로 돌아나올 때까지 공을 최대한 감춰 타자가 공을 보는 순간이 짧아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 한일전 때 와다와 맞대결했던 이승엽은 "무릎 근처로 낮게 들어오는 구질은 위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승엽은 이날 오전 언론에 훈련장면을 공개한 것을 끝으로 언론과의 접촉을 끊는 것은 물론 외부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출국 때까지 '한국야구 자존심을 짊어진 자신과의 고독한 담금질'에 전념할 계획이다.
/대구=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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