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생포되기 전 수개월 동안 수니파 득세지역에서 20∼30개의 족벌들로부터 거처를 제공받았으며, 이들로부터 전후 이라크 상황을 전해듣고 인편을 통해 바트당 지하조직에게 미군에 대한 저항공격을 지시했다고 미군 고위관리들이 21일 밝혔다.이들에 따르면 후세인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도보로 혹은 조그만 배로 티그리스 강을 건너 거처를 옮겨다녔으며, 차로 움직일 때는 트럭 택시 등 여러 종류의 차량을 항상 번갈아 타며 뒷골목이나 아예 길이 닦여 있지 않은 곳을 택했다. 변장하기 위해 머리와 턱수염을 길렀고, 집권 당시 즐겨입던 군복과 이탈리아풍 양복 대신 이라크 국민이 입던 길게 늘어지는 전통복장과 체크무늬 두건을 썼다. 그의 곁에는 2∼3명이 넘지 않는 충성스런 극소수 수행원만이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음식은 초콜릿, 꿀, 과일통조림 등으로 연명했다.
미군은 후세인에 대한 조사 결과 그가 저항세력과 깊숙하게 연계돼 있었다는 심증을 굳히고 제네바 협약에 부여된 전쟁포로의 권리를 박탈할 지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이날 "후세인이 저항세력의 봉기에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후세인의 처우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후세인이 소지한 문건에 있는 저항세력 지도자 5명을 체포해 신문한 결과 후세인이 이들을 통해 목표물과 공격전술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미군들이 지하실에서 나온 후세인에게 수갑을 채울 때 후세인이 자신을 잡은 미군에게 침을 뱉자 이 미군이 즉시 주먹으로 후세인을 때려 응징했다고 정보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 CBS 방송은 후세인은 파자마와 스키점퍼 차림으로 수감돼 있으며, 감방 벽면은 사살된 두 아들을 비롯, 지금까지 죽은 자신의 측근 38명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고 전했다. 사진 중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것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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