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낭만의 명절 크리스마스. 다가올 새해에 대한 희망과 지나간 한해의 아쉬움이 젊은이들의 달뜬 마음과 함께 연말 분위기를 장식한다. 경기침체로 올 한해가 우울하기만 했던 '모바일 명품'들도 이틈에 진열대로 고개를 내민다. 화려한 기능과 돋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가격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지만 '크리스마스라면' 누군가 선택해 줄지도 모른다. 과연 얼마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지, 선물 리스트 상위권을 노리는 모바일 명품계의 '선수'들을 살펴보자.모바일 컴퓨팅의 왕자, 태블릿 PC
2003년 모바일 컴퓨팅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리라 기대했던 공책만한 크기의 이 컴퓨터는, 아쉽게도 2003년 가장 안 팔린 PC제품 중 하나로 기록됐다. 빌 게이츠의 예상과 정반대로 책상 위에 놓고도 화면을 긁어야 하는 태블릿PC의 입력방식은 오히려 성가시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업계의 장인(匠人) 후지쯔가 만든 T3010은 360도 회전 가능한 화면을 가느다란 목 위에 얹고 키보드를 살짝 감춰둔 3단 변신 태블릿PC다. 책상 위, 팔뚝 위 어디서나 편리해 보인다. LGIBM의 'X노트 LT'도 같은 급의 경쟁자다.
남자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다, 페라리 디카
디지털카메라의 유니폼은 은빛이 감도는 회색컬러. 흔히 알루미늄색이라고 하는데, 올림푸스의 '페라리 디지털 2003'은 빨간 내복을 밖으로 내어 입은 듯한 충격적 컬러를 자랑한다. 붉은 색은 F1의 황제 마이클 슈마허가 소속된 페라리 팀의 공식 컬러며, 페라리 스포츠카에 가장 어울리는 색깔이기도 하다.
제품의 포인트는 렌즈 커버에 새겨진 페라리 휘장. 3억원짜리 '페라리 F40'가 꿈이라면 올림푸스의 페라리 디지털 2003은 현실적인 대안이다. 전세계 1만대 한정 생산·판매하며 페라리 폴로 티셔츠와 모자가 딸려온다.
격이 다른 MP3, 애플 아이포드
혹자는 흰색과 은색이 조화된 아이포드(iPod)의 디자인이 마치 '의료기기를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의료기기 뺨치는 완성도의 아이포드는 40GB 용량에 무려 1만 곡을 담을 수 있다. 떨어뜨려도 집어 던져도 끊임없이(최대 10시간) 음악을 연주한다. 깔끔한 겉면에 대칭적으로 배치된 작동 단추들은 SF영화에서 본듯한 모습. 음질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덩치는 약간 묵직한 편이다.
외국에서 진짜 명품, 삼성전자 애니콜
국내에서는 '명품'이라는 말이 다소 어색하지만, 외국에서 삼성전자의 애니콜 휴대폰은 제대로 된 명품 대접을 받는다. 올 크리스마스를 노리는 애니콜팀의 선발은 국내 최고 130만화소로 무장한 카메라폰 'V420'. '스윙'(Swing)이라고 이름 붙여진 폴더의 목 부분은 360도 사방으로 움직임이 자유롭다. 64화음 멜로디에 외장형 휴대 메모리를 장착하면 2시간여의 동영상 녹화도 가능하니, 휴대폰 중에서도 최강의 성능이다. 과연 다양한 '작업'이 가능할 듯. 팀 내 경쟁자로는 KTF용으로 조만간 출시될 E700 모델이 손꼽힌다.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휴대폰계의 벤츠' 대접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갖고 싶다, 그러나 역시 비싸다
쭉 둘러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가격의 벽은 높다. 후지쯔의 T3010 태블릿PC 가격은 무려 250만원선. 데스크톱 PC 풀세트 2대 가격이다. 올림푸스의 뮤400 페라리 스페셜 버전은 84만9,000원으로 원형인 뮤400의 두 배고, 아이포드는 40GB가 68만2,000원, 20GB가 52만9,000원으로 고급형 디카 1대 값과 맞먹는다. 디카 기능을 겸비한 휴대폰이 차라리 쌀지도 모른다. 130만 화소 애니콜 V420의 가격은 70만∼80만원 대다. 어차피 비싼 가격이 이들의 가치를 말해준다지만,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이번 크리스마스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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