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녹번동 부랑아수용시설인 영락원의 수용자 100여명은 요즘 때아닌 노래와 춤 연습에 여념이 없다. 서투른 솜씨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준비한 '작은 음악회'(27일)에 대비해 연습을 하고 있는 이들은 "마지못해 따라하기만 하던 노래와 춤을 남들 앞에서 직접 공연하게 돼 무척 설렌다"고 환하게 웃었다.삶을 포기했던 이들에게 이처럼 작은 희망을 선사한 사람은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영찬(51·사진)씨. 8년 전 우연히 이곳이 비인가시설어서 정부로부터도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씨는 곧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실제로 이곳은 병이 심해 병원과 가족들에게조차 버림받아 갈 곳 없는 환자들과 정신지체인 등이 모여 지내는 등 사랑의 사각지대였다.
정씨는 처음에는 매달 이곳을 찾아 후원금과 부식, 자재 등을 공급해 주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삶의 낭떠러지로까지 떨어진 이들에게 먹고 입는 것보다는 삶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작은 음악회'였다. 정씨는 뜻을 같이하는 종교 단체 사람들을 모아 기타와 피아노를 준비해 매달 한 번씩 이들을 찾았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들은 처음에는 노래도 부르지 않고 율동도 따라 하지 않는 등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도 정씨는 포기하지 않고 매달 그들을 찾았다. 결국 4년이 지난 지금 부랑아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정씨를 비롯한 이들 악단을 기다리는 것이 삶의 낙이 됐고 이제는 자신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쳐주던 사람들을 거꾸로 영락원으로 초청해 자신들이 직접 연주회까지 하게 됐다.
현재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고 있는 정씨는 "음악회 활동을 통해 그들 뿐 아니라 나도 행복을 얻었다"며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따로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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