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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03]<5> 현정은 현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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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03]<5> 현정은 현대회장

입력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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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48년간의 삶중 지금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편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룹 회장직 취임, 그리고 믿었던 시숙과의 경영권 대결 등등. 그에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현 회장은 올 8월이전 까지만 해도 재벌가의 평범한 안주인이었다. 딸 둘, 아들 하나, 그리고 재계 15위의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던 믿음직한 남편. 하지만 그의 운명은 8월4일 새벽 남편의 비보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경영난과 비자금 사건에 고뇌하던 남편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돌연히 떠나버렸다. "처음엔 못 믿었습니다. 지금도 한 밤중에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

현 회장이 사별의 슬픔에서 벗어난 것은 역설적으로 외부의 위협 때문이었다.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조짐이 나타나자 시삼촌인 정상영 KCC(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을 비롯한 '범(汎) 현대가'가 나서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16.2%)을 사들여 든든한 '지원군'을 자청했다. 외부 위협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분쟁의 씨는 내부 깊숙한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10월21일 현 회장이 남편의 유업을 잇기 위해 현대그룹 회장 자리에 취임하자 이에 반대하던 KCC 정 명예회장측의 공격이 시작됐고, 2000년 초 '왕자의 난'에 이어 현대가는 다시 '시숙의 난'에 빠져들었다.

정 명예회장은 몇 개의 펀드를 동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은밀히 매집한 끝에 지난 달 초 '현대그룹 접수'를 공식화했다. '지원군'이 '점령군'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지난달 1,000만주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를 국민기업화 하겠다는 히든 카드로 상황을 역전시켰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이 지분 매집의 위법성을 이유로 정 명예회장측 지분 20.63%에 대한 제재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는 현 회장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12일 법원이 KCC측이 제출한 유상증자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격 수용, 경영권 분쟁은 또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빠져들게 됐다.

고배를 마신 그는 하지만 금감원의 최종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그룹의 사장단 일괄 사표란 새로운 카드를 던진 그는 22일 취임 석달째를 맞았다.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될 내년 3월 주총까지는 아직 기나긴 여정이 남아있다. 과연 현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한 뒤 계속 현대그룹의 맥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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