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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디자인 상품/기고-디자인은 경제성장 이끄는 핵심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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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디자인 상품/기고-디자인은 경제성장 이끄는 핵심동력

입력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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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럽에서 관광수입이 가장 많은 나라' 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스페인이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스페인에서 쓰고 가는 돈이 연간 약 360억 유로라고 한다. 스페인 국민들이 해외에 뿌리는 60억 유로를 빼더라도 300억 유로가 순수 관광수지 흑자로 남는 셈이다.그런데 스페인이 관광대국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하이테크 산업이 약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자원을 디자인 정책과 연결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유럽의 한국이라 부를 정도로 우리와 흡사한 면이 많다. 정서적으로나 기질적으로도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경제성장과정이 비슷하다. 90년대 초반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겪으며 허덕이고 있을 때 스페인은 고속성장을 거듭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관광산업 외에도 '디자인'이라는 묘약이 산업전반에 스며들어 국가경제를 튼튼히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세계 3,000여 곳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쿠스토 바르셀로나', 스페인의 문화적 아이덴티티가 녹아있는 '사라' 등 감성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대표적인 브랜드가 전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

스페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95년 이후 8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에 묶여 있다. 수출여건도 해외 경제환경 의존도가 커서 전망이 불투명할 때가 많다. 물론 디자인도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더욱이 해외의 유명기업들이 중국에 디자인센터를 설치하면서 중국의 디자인 수준이 몇 년 내에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부담스러운 우리나라로서는 디자인마저 추월 당하지 않을까 여간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들어 우리 상품들이 독일의 IF 디자인상, 일본의 G마크상, 미국의 우수산업디자인상(IDEA) 등 세계적인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사례가 늘면서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싸구려 저급품 취급을 받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다.

한국상품을 사는 외국인 중 20%가 디자인을 구매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KOTRA의 최근 조사결과는 우리나라의 디자인 수준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한국산 제품이 소니, 도시바, 필립스 같은 일본과 유럽제품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일부품목이긴 하지만 휴대폰, 에어컨, 냉장고, MP3플레이어 등 IT, 가전제품 등은 뛰어난 디자인으로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리 기업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은 한국무역협회의 자료를 보면 잘 나타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디자인인력을 보유한 기업이 40%인데, 4년 전에 비해 23% 이상 늘어난 수치다. 디자이너를 제품개발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중소기업의 56%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디자인혁신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한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디자인산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인 약 7조다. 영국의 디자인산업 규모가 GDP의 3% 수준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디자인산업 규모를 늘리기 위해 기업 디자인 경영마인드 확산, 연구개발 기반 확충, 전문인력 양성 등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 디자인산업 성장률이 GNP 성장률을 앞지르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디자인발전의 호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12월 초 '참여정부 디자인산업발전전략 보고대회'를 주재한 노무현 대통령은 디자인이야말로 한국경제를 견인할 핵심동력인 만큼 앞으로 전문인력양성, 인프라 구축, 디자인 문화 확산 등 디자인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디자인은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데 필요한 필수 성장 엔진이다.

김 철 호 한국디자인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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