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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東아시아포럼" 지역협력 구심점으로

입력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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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East Asia Forum) 창립 총회가 '동아시아의 평화·번영·진보' 라는 주제로 14∼16일 서울에서 열렸다. 동아시아포럼은 그 동안 한국이 주도해 온 동아시아비젼그룹(EAVG) 및 동아시아연구그룹(EASG)의 후속 조치로서 보다 긴밀한 '아세안(ASEAN)+3(한·중·일)' 협력을 위한 산·관·학 공동기구로 출범했다.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동북아 경제 중심 건설을 비롯한 동북아 협력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한중일 협력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연계는 향후 ASEAN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협력이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정치적 관계로 확대시켜 범 중국 경제권의 동남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도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FTA를 비롯한 ASEAN과의 포괄적 협력 체제를 강화해 나가며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그러나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동아시아 지역 구도의 변화에서 한 걸음 뒤쳐진 느낌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소극적 입장이 계속된다면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져보면 중국이나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 협력의 주도국이 되기에 어려운 입장에 있다. 과거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했던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역내 국가의 역사적 반감은 일본에게 큰 장애물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 역시 주변국들, 나아가 미국의 우려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따라서 두 강대국 사이에서 적극적인 매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 협력의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지정학적 또는 지경학적 중간자의 입장이 균형자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바로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의 허브(hub) 역할을 자처하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과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한국은 우선 향후 동아시아포럼 사무국을 'ASEAN+3' 협력의 중심 기구로 정착시켜 이를 한국에 유치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 다음 이러한 협력 구도 하에서 동아시아의 경제 중심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동북아 경제 중심 정책의 추진 방향이 역내 경쟁 지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갖추는 데 역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이들 동아시아 경제의 거점 지역들을 연계하는 발전축을 형성하고 여기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아시아 지역 협력에는 전략적 개방화의 추진이 필수 조건이다. 이는 FTA, 투자협정, 경제특구 건설 등 하드웨어 측면 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등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포함한다. 특히 동아시아의 일원으로 국가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 미디어를 통한 동아시아 네트워크 형성이나 동아시아 공동 역사연구 등이 동아시아의 정체성 형성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로 제안되고 있다.

이 재 승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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