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볼 때 화면 크기에는 전혀 구애되지 않았다. 그런데 DVD 케이스를 보면 '4대 3' '1.85대 1' '2.35대 1'이라는 영화의 가로 세로 비율이 표기돼 있다.비디오는 VCR에 넣기만 하면 화면이 재생되고 즐겁게 보면 그뿐이지만 DVD는 화면 크기를 이해해야 보는 재미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DVD를 구입하려고 인터넷 DVD 쇼핑몰에서 찾아보면 '2.35대 1 화면―와이드스크린'과 '4대 3 화면―풀 스크린' 등 두 가지 제품이 나온다.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일반 TV에서 볼 때와 화면 크기가 다르다. 가로 세로 비율이 4대 3인 일반 TV와 달리 극장에서는 대부분 영화가 1.85대 1이거나 2.35대 1로 가로가 훨씬 길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와이드 TV나 고화질 HDTV 방송도 화면이 1.85대 1의 비율이다.
따라서 '해리포터…' DVD중 2.35대 1 화면은 극장에서 본 그대로이며 4대 3 화면 DVD는 좌우 화면이 잘리고 일반 TV에 꽉 차는 화면이다. 물론 개인 취향에 맞춰 골라 보면 되는데 대부분의 DVD 애호가는 극장 그대로의 비율을 선호한다.
비디오로만 영화를 보다가 DVD로 처음 영화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70㎜ 고전 영화의 대표작 '닥터 지바고 특별판(SE)'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DVD는 비디오나 TV의 주말극장 화면과 달리 스펙터클한 영상미가 개봉 당시에 봤던 그대로 살아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경우 유명한 도레미송 장면에서 7남매의 모습이 실제 TV 방영시에는 좌우가 잘려 한두명씩 보이지 않는다. 2.20대 1의 DVD 화면으로 보면 이들 7남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닥터 지바고'의 드넓은 시베리아 풍경도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반면 '로마의 휴일' '카사블랑카'는 DVD로 봐도 화질과 음향은 뛰어나지만 화면 비율은 TV 방영 때와 같다. 이 영화는 극장 개봉 당시에도 원래 4대 3 화면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대다수 DVD가 극장 비율 그대로 출시되는 편이나 DVD가 대중화한 미국에서는 같은 영화라도 와이드 화면과 TV 화면 판 등 두 가지로 출시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발매된 '터미네이터 3―라이즈 오브 더 머신 한정판(LE)'은 극장판 영화와 4대 3 영화 두 가지가 모두 들어 있다. 4대 3 화면은 극장판보다 좌우가 잘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DVD만은 4대3 화면에 극장판 영화보다 위아래가 더 나온다. 여성킬러 로봇 TX가 미래에서 현재로 올 때 나체로 등장하는데 극장판에서는 얼굴과 어깨만 보이지만 4대 3 영화에는 가슴이 그대로 나온다.
이렇게 DVD가 화면비율에 민감한 탓에 종종 리콜되는 사건도 일어난다. '아멜리에' '돌이킬 수 없는' '늑대의 후예들' 등은 가로 세로 비율이 잘못돼 전량 교체됐다. '백 투 더 퓨처 박스세트'도 원래 화면보다 작은 크기로 DVD에 담아 교환 조치되는 수모를 겪었다. DVD로 극장 그대로의 화면 크기를 즐겨보자.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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