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엿보기 프로그램 '치터스'(Cheaters).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미국을 넘어 세계 20여개국에서 방송되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속이다'란 뜻의 'cheat'는 연인 중 한 사람이 상대방의 눈을 피해 바람 피울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프로그램의 내용은 이렇다. 누군가 연인 혹은 남편(아내)에게 이상한 낌새를 채고 조사를 의뢰한다. 사립탐정이 포함된 제작진은 상대방의 뒤를 밟아 몰래 카메라로 '증거'를 수집한다. 마침내 결판의 날, 제작진은 의뢰인과 함께 현장을 덮친다. 이어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AC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치터스'의 시청자는 39%가 18∼34세, 66%가 18∼49세로 현재 미국에서 방송되는 주말 프로그램 중 젊은 시청자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내 미국 친구들도 주말이면 꼭 '치터스'를 챙긴다. 그러나 누구도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는다. 화면에는 남편의 배신에 치를 떠는 여인의 울분이 가득하지만, 그저 신기해 하며 웃는다. '현장 고발'이라기 보다는 '신나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 프로그램이 제작진의 주장처럼 100% 실제인가에 의문을 품는다. 실제라면 누가 이런 수치스러운 장면을 전국, 아니 전세계에 방송되도록 허락할까. 허구라고 주장하는 한 친구의 분석이 꽤 흥미롭다. "현장을 덮칠 때 대개 폭력이 발생하지만, 그 수위가 너무 낮다. 실제 제 짝이 바람 피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저렇게 자제된 반응이 나올까?" 하지만 허구라고 보기에도 의문이 남는다. 수많은 이들이 '실제상황'이라고 믿고 보는 마당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보상을 받고 이런 기괴한 연극을 꾸민단 말인가.
이런 다양한 추측은 오히려 프로그램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남의 불행을 '즐기는' 일이 씁쓸하긴 하지만, '사생활 훔쳐보기'가 방송가에서 황금알을 낳는 테마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유현재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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