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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개성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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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개성 斷想

입력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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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북한 개성시 개성공단 1단계부지에서 한국토지공사 개성공단 개발사무소 착공식이 있었다. 크게 보도되진 않았으나 개성공단 조성사업의 본궤도 진입을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미 지난 6월30일 개성공단 착공식이 있었지만 선언적 의미의 행사였다.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등 남북 당국간 4개 경협합의서가 발효되고 개성공업지구법의 하위규정들이 구체적으로 제정·공포된 뒤 이뤄진 개성공단 개발사무소 착공이야말로 남한 입장에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의미하고 북한 입장에선 그동안 지지부진해 보이던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정말 시작된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행사였다.■ 착공식에 참가하면서 처음 개성을 봤다. 아침에 서울을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짧은 일정이었다. 번호판을 종이로 가린 버스편으로 도라산역 CIQ(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한 일행은 간단한 방북수속을 거쳐 국군 선도차의 안내로 비무장지대 중앙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인민군에 인계되었다. 국군 선도차는 돌아가고 대신 인민군의 지프가 일행을 선도했다. 남쪽 구간의 도로는 모두 포장되고 가로등과 가드레일까지 설치되어 있었으나 북쪽 구간은 아직 비포장 상태였고 여기저기 남쪽에서 보낸 중장비들이 보였다. 입북수속은 비무장지대 내 노상에서 이뤄졌다.

■ 북쪽 비무장지대의 풍경은 남쪽과 판이했다. 남쪽은 생태의 보고인 듯 자연상태 그대로였으나 북쪽은 갈대 정도의 키 작은 관목 외에는 나무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인민군 병사들이 도로공사, 철로공사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곁눈질로 일행을 보는 병사들은 추위 탓인지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개성시로 들어섰으나 도시라는 느낌은 없었다. 상점 간판이 간간이 눈에 뜨일 뿐 무채색 일변도의 낡은 건물들과 등짐을 메었거나 자전거를 탄 북한주민들의 모습은 일행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 고려박물관, 선죽교 등을 거치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은 가슴을 메게 할 뿐이었다. 고려 500년 도읍의 흔적은 남아 있었지만 빈 가슴을 메울 수는 없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 대하는 울창한 수림, 훤칠하고 깨끗한 제복의 국군들, 말끔한 도로와 막사 등은 딴 세상이었다. 남방한계선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식당, 카페 등의 네온간판들은 반가움보다는 죄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조성될 것을 간절히 바라는 북한측 인사들의 얼굴과 방한모 속에 싸인 북한 어린이들의 얼굴들이 네온사인 위에 어른거렸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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