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경북 성주 출생68년 경북고, 74년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미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73년 제13회 행정고시 합격
88년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 조정과장
93년 기획예산담당관
94∼95년 재정경제원 공보관, 주영 재정경제관
98∼2002.6월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기획관리실장
2002년 6월∼현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부인 문숙임씨(51)와 1남1녀
'하도급거래상론' 등 2권의 저서 출간
그 동안 관료주의적 공기업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신용보증기금이 7월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전격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만 54세를 정점으로 55세부터 3년간 임금을 75%, 55%, 35% 수준으로 깎되 정년을 보장해주는 이 제도는 경비절감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지만, 노조의 반발로 다른 기업들은 엄두도 못 내던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1년간 노조를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낸 배영식 신보 이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185명이 단지 나이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평생을 바친 직장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이 제도의 도입 배경을 밝혔다.
배 이사장은 "어느 직장이든 직원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고용불안이 해소되면 사회도 안정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르니까 적당히 한탕 챙기자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로 1인당 연간 3,700만원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신입사원을 1.3명 더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올해 신입사원을 예정보다 60명 더 뽑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년도 보장되고 조직은 더 젊어진 것이다. 특히 55세가 되면 업무지원직으로 배치해 채권추심, 컨설팅, 법률소송 등 경륜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전문업무에 투입할 수 있어 외부조달(아웃소싱)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임금피크제는 명예퇴직에 비해 1인당 5,000만원의 비용이 더 들지만, 아웃소싱 비용 절감(1인당 약 2억8,000만원) 을 감안하면 오히려 2억3,000만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배 이사장이 한 일은 이 뿐이 아니다. 신입직원의 25%를 지방대학 출신으로 채용하는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고, 직급과 서열파괴, 능력위주의 인사 등 배 이사장 취임 후의 신보는 '개혁과 변화의 중심지'에 서 있다.
더 큰 변화는 영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배 이사장은 '역지사지(易地思之)'론을 주창, 항상 지원대상인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도록 의식개혁 작업을 벌였다. '신보는 시혜자이고 중기는 수혜자'라는 공기업 특유의 권위적 인식에서 벗어나 모든 보증서비스를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주문한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보증수수료 신용카드로 받기'. 배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단 돈 몇십만원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많다"며 "그 동안 현금·수표로만 받던 수수료를 카드로 수납한 것은 금융기관 최초의 일"이라고 말했다.
지방 기업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엔 해남, 정읍, 군포 등 전국에 사무소 11개를 신설, '발로 찾아가는 지원'에 나섰다.
배 이사장은 "이들 사무소가 신규업체를 발굴하면서 연간 보증수수료 수입이 6억5,000만원 늘어난 반면 사무소 유지 비용은 연간 5억원에 불과해 중소기업과 신보 양측에 '윈-윈 전략'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방문에 앞서 사전에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고객을 기다리는 '사전 예약제'를 도입, 방문 즉시 업무처리가 가능토록 한 것도 고객 중심 경영에서 나온 결과다. 기업이 제출해야 할 자료를 신보 직원들이 직접 인터넷으로 발급 받아 처리하고, 5,000만원 이하 소액보증 절차를 간소화, '원페이퍼(One paper)-원스톱(One stop)' 보증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 이사장은 '노사화합의 귀재'로도 유명하다. 고객감동 경영이 이뤄지려면 직원들이 먼저 감동해야 한다고 판단, 경영 일부를 노조에게 개방하고 투명경영을 위해 설립 27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았다. 몇 년 전만해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반발, 삭발과 단식투쟁을 벌일 정도로 강성인 노조도 지난해 7월 배 이사장을 임명한 당시 전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감사편지를 보냈고, 배 이사장에게 보약을 선물했다.
현재 신보의 대위변제율, 즉 보증했던 기업이 쓰러져 대신 물어주는 금액의 비율이 약 4.3%. 경기가 나빠지면서 작년(2.7%)보다 높아졌지만, 신보 입장에선 경기가 안 좋을 때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변제율이나 사고율만 갖고 경영을 평가할 순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배 이사장은 "현재 경기와 보증의 함수관계를 종합해 호·불경기에 어느 정도 사고율이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 중"이라며 "이 같은 지표가 개발되면 투명경영을 더욱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포부는 신보를 무디스, S&P와 같은 세계적 신용평가기관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글로벌화하는 것이다. 그는 "보증업무를 통해 수집한 기업정보가 국내 최대(53만개) 수준"이라며 "한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무디스처럼 신용정보 및 보증분야에서 아시아 종주국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3월엔 유럽 최고의 신용정보기관인 프랑스 코파스 및 중국 최대 신용조사기관 시노슈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는 남은 임기동안 신보의 자립기반을 확충하는데 전력 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신보는 현재 정부출연, 은행출연, 수수료수입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자립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정보시스템 '크레탑'으로 금융기관, 기업 등에 신용정보를 온라인 제공해 올해만 81억원을 벌어들였다"며 "보증수수료 이외에 이 같은 정보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3,00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신용보증기금은 어떤회사
중소기업에게 신용보증을 지원해주는 공기업. 즉, 담보능력은 미약하지만 신용이 있는 어려운 기업을 찾아내 그 신용에 맞게 보증을 해줌으로써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주고 신용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 신용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설립된 공익기관이다.
매년 50조원이 넘는 신용보증을 공급하고 있고, 1억건이 넘는 개인 및 기업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신용사회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신보의 4대 업무는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도로, 교량,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SOC) 확충을 위한 보증 서민 주거안정과 주택건설 촉진을 위한 주택금융신용보증 어음보험(신용보험) 등이다. 또 기업정보가 향후 신용사회 구현의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 국내 최대의 신용정보기관으로 성장했다.
● 나의 좌우명易地思之
"남을 먼저 생각하면 다툼이 없고, 스스로 낮추고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모든 것을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예를들어 회사측과 노조측이 상대방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진실된 마음만 갖고 있다면 노사관계는 언제나 원만하게 유지될 것이다. 특히 직원들을 감동시키지 않고서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이 평소 내 지론이다.
우리 신용보증기금에 대입하면 고객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신보직원이 아니라 고객입장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증을 못 받고 돌아가는 고객들에 대해 이런 역지사지의 자세는 더욱 요구된다.
직원들이 그동안의 타성에서 벗어나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일하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CEO가 솔선수범해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고 스스로 동참하도록 동기유발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CEO가 인격적으로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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