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의 정치권 모습은 현 정권의 중간 성적표를 여실히 보여준다. 노 대통령은 386측근의 잇단 비리연루에 이어 급기야는 자신이 썬앤문 감세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선거 때보다 더욱 격렬한 정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19일 밤 자신의 지지그룹인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 개혁네티즌 연대가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했다.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보다는 소수의 열성 지지층만으로 난국을 돌파해 보겠다는 특유의 고집이다.승자는 패자를 보듬으며 국정을 끌고 나가고, 패자는 승복의 미덕을 보일 때 선거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오히려 갈등이 심해지고 국정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노 대통령측은 이를 변화와 개혁에 수반되는 과도기 현상이라고 변명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 자신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워 상대를 일방적으로 단죄하려 하고, 철학의 빈곤과 능력부족으로 인한 국정 난맥을 기득 수구세력의 방해 탓으로 돌리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대통령이 비판하는 쪽 얘기는 늘 비판만 하는 걸로 이해하는 반면, 지지하는 사람들은 e메일 등으로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니까 이들과 함께 하면 뭔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반자였던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은 "대통령이 지지하는 사람이나 뜻에 맞는 사람들의 얘기만 들어서는 안 되며 모든 국민과 정치세력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 1주년에 자기편의 자축행사에 참석하는 협량의 정치를 빨리 고쳐야 한다. 비판과 쓴소리에 귀를 열고 진정한 국민화합의 길을 찾고자 고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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