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1만3,000원
고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우리 과학기술사에 이름을 남긴 장인·학자를 통해 전통 과학기술의 흐름을 짚은 책이다.
서울대 규장각 책임연구원인 저자는 과학과 기술을 한 시대의 사상과 문화, 나아가 일상사를 볼 수 있는 연결고리로 파악한다.
그래서 문익점, 허준, 조천종, 정약용·정약전, 홍대용, 최한기, 김정호 등의 걸출한 업적을 소개하는 한편 묵묵히 기술을 개발하고 전수했던 장삼이사들의 노력과 그들의 문화를 빠뜨리지 않았다.
조선시대 공사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金巨꼟金(김꺽쇠)' '李介同(개똥이)' 등이나 조선 중기에 혁신적인 은 제련법을 창안한 김검동·김검불, 1인 다역의 여의사였던 의녀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사회구조 때문에 능력이나 열의에 비해 대접받지 못했다.
의녀의 경우 여성 환자를 위한 전문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목적을 갖고 시작됐지만 남녀차별 때문에 여죄수를 몸수색하는 형사, 사치스런 혼수를 엄금하는 감찰 보조원, 허드렛일을 하는 식모, 심지어 잔치나 연회에 불려가는 창기 노릇까지 했다.
저자는 고대에서 고려까지를 우리 과학사의 전사로, 조선 이후를 본격적인 과학의 시대로 보고 있다. 당연히 조선 500년의 과학사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5세기의 연작상경(連作常耕) 농업 기술과 16세기의 은 제련 기술 발달, 18세기의 과학지식 정비과정 등이 역사학자의 손으로 흥미롭게 정리됐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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