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스리랑카 진출 한국기업들이 현지 노동자의 임금을 떼먹고 몰래 출국한 사례가 9건에 달하는 등 비윤리적 경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노동부 외교통상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국제노동재단은 노·사·정 공동 조사단을 2∼7일 스리랑카에 파견해 조사·작성한 '한국기업 노무관리 보고서'를 19일 공개, "일부 기업들의 임금체불과 무단 철수로 인해 국가 이미지가 훼손돼 다른 한국투자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물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직회사가 설립한 의류생산업체 K사는 근로자수가 4,000여명의 스리랑카 최대 기업으로 자리잡았으나 대미수출 악화 등으로 경영 사정이 나빠지자 9월 무단 철수했다. 5,000여만달러(약 600억원)의 은행 빚과 직원 4,000명의 임금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이고 근로자가 분담하는 사회보장기금 체납액도 640억루피(약 8,000억원)에 달한다. 현지에서는 이 회사가 문을 닫기 전에 이익금을 한국 본사로 빼돌렸다는 소문도 무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방생산업체 U사의 경우 사업주가 카지노에 빠져 빚을 지고 임금까지 체불한 끝에 무단 철수하자, 이에 격분한 현지 근로자들이 한국인 직원을 억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 중국 베트남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경영이 악화된 C 기업 등도 한국인 사업주가 직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안주고 청산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철수했다.
현지 조사에 참여한 한국노총 조기두 조직강화본부 부장은 "일부 기업들이 임금은 물론, 사회보장분담금도 체불한 채 달아나 남아 있는 한국 기업들이 은행여신한도 제한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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