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퇴임식을 하지나 말지…."최근 지사직을 사퇴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퇴임식(사진)이 19일 오전 9시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당초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한나라당 당원들의 시위가 예고돼 있고 도의회에서도 반발이 거세자 급히 오전으로 당겨 열린 것. 이 때문에 20개 시·군 단체장은 물론, 외부인사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경찰이 도청 정문을 철통같이 봉쇄한 가운데 쫓기듯이 서둘러 치러졌다.
15일 이후 닷새 만에 도청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지사는 퇴임사에서 "5일이 흘렀지만 5년이 지난 것 같았다. 이번에 세상 인심이 어떻다는 것을 새삼 경험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일부 시장·군수가 자리에 집착해 약속을 어겼다"며 탈당 등 자신과 행동을 같이 하기로 한 일부 기초단체장의 잔류에 노골적으로 섭섭함을 표시했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서는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지만 '김혁규의 사전에 실패는 없다' '세상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퇴임사를 마친 김 전 지사는 테너 김대욱(진해 제일고 교사)의 축가 '희망의 나라로'가 울리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부인 이정숙씨도 연방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일부 간부들과 여직원들도 흐느끼기 시작해 식장은 옛 초등학교 졸업식장을 방불케 했다. 퇴임식을 마친 그는 현관에 도열한 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수 차례 남기고 기념촬영을 한 뒤 1993년 12월 관선도지사로 부임한 이후 '10년 도백'의 모든 일정을 마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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