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어려움은 장애인이 가장 잘 알지요."1급 지체장애자인 김효진(36·여·사진)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장애인을 위한 '좋은 내 친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라 땀을 흘린다. 장애인 7명과 비장애인 15여명으로 봉사단을 구성, 장애인 10여명을 서울 강남에 있는 '사랑의 복지관'으로 초청해 게임이나 재활운동 등을 하며 2시간씩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김씨는 비장애인들에게는 봉사의 기회를 주고, 장애인들에게는 재활의 의지를 주자는 취지로 지난 8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88년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병을 앓아 전신마비가 된 김씨는 실의에 빠져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장애인을 돕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국 97년 '사랑의 복지관' 총무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사무직 일만을 하던 김씨는 지난해부터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심, 지역신문 등에 광고를 내고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에 전화를 거는 등 봉사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올 여름 7개팀(1팀당 3명)의 봉사단을 만들게 됐고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장식을 함께 만들며 따뜻한 겨울을 기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차량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복지관 안에서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고민하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가 운영되고 있지만 막상 영화 등을 보기 위해 나들이를 하려고 해도 택시들이 승차를 꺼리고 있기 때문. 김씨는 "현재는 봉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한 후원금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너무나 부족해 나들이 등 만족할만한 프로그램 운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그래도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친구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활짝 웃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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