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기까지의 긴 역사를 기억해 보십시오. 이제는 아무도 여성의 참정권에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김인숙 변호사)"종중이 분묘수호 등에 대한 의무가 약해지고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친목도모의 성격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면 그것은 종중이 아닙니다. 다만 별도의 비법인 사단일 뿐입니다."(민경식 변호사)
"지극 정성으로 봉제사에 참여하고 싶고 또 참여할 여건이 되는 여성이라도 종원이 될 수 없고, 하기 싫어하는 남성은 자동으로 종원으로 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지담 대법관)
18일 오후 용인 이(李)씨 사맹공파 출가여성들이 "여성도 종원(宗員)으로 인정해달라"고 제기한 종중회원 확인 청구소송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 사법사상 첫 공개변론으로 열려 원고와 피고간에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최종영 대법원장을 비롯,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개변론에는 원고측 3명의 여성변호사와 피고측 2명의 남성변호사 및 이덕승 안동대 교수, 이진기 숙명여대 교수, 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 등 전문가 3명이 참석, 참고인 진술을 했다.
남성 종원들과 여성단체 회원 등 240여명의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법관들의 날카로운 질문, 참고인들의 전문지식 설명이 장시간 계속되면서 법정은 '양성평등'에 대한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원고측은 여성이 제사 등 종원으로서 의무를 별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여성에게 종원의 자격을 주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했으며, 피고측은 "호주제 폐지가 언급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법률안일 뿐이고, 설사 그 법안이 공표된다고 해도 종중은 변할 수 없는 관습"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덕승 교수는 "종중의 구성원은 공동선조의 자손이면 남녀노소 구별없이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승관 전 위원장은 "부계혈통주의를 취하는 당연한 결과로 종원은 조상을 중심으로 한 남자후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 이씨 출가 여성 5명은 종중이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판 뒤 종원으로 인정받은 성년 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을 지급한 반면 출가 여성 등에 대해서는 1,650만∼5,500만원씩 차등 지급하자, 소송을 냈으나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1,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의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며, 앞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 있어서는 공개변론을 적극 고려할 방침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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