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축구는 월드컵 후유증 탓인 듯 업그레이드된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한해를 마감하게 됐다.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을 승화하지 못한 책임은 필자를 비롯한 축구인들이 먼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오만 쇼크'로 불거진 경질론 속에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컵을 따냈지만 정작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2006년 독일월드컵 지역예선 통과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자대표팀은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았지만 3패로 물러났고, 정작 큰 소리를 쳤던 대구유니버시아드, 17세이하 및 20세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도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물러났다. 어느 것 하나 축구팬들을 즐겁게 한 낭보가 없었다.
2004년 올림픽의 해를 재도약의 해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몸에 맞지 않는 '월드컵 4강'의 옷을 벗고 48년만의 1승을 염원하며 협회 및 구단, 선수, 국민들이 한마음이 되었던 지난해 월드컵 이전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겸허하게 진단하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향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성인대표팀이나 청소년대표팀의 기량이 월등히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월드컵 4강과 해외에서 뛰면서 많은 자신감도 얻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얼마 전 고교팀을 이끌고 일본에서 일본 및 중국의 유스팀과 경기를 가진 적이 있다. 일본 선수들은 볼 키핑과 패스 등 기본기를 잘 갖췄고, 중국도 체격, 스피드 등 체격 조건이 크게 향상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축구가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바로 기술 향상과 정신력 강화라는 점을 절감했다.
며칠 전 잉글랜드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황선홍이 최근 국가대표팀의 부진은 선수들의 안이한 정신자세에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가장 큰 수확은 기본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우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후배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외국의 경우 프로가 된 후에도 매일 같이 훈련을 통해 기본기를 반복 연습한다. 자칫 월드컵 4강에 들떠 있는 젊은 선수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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