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처음 나온 것은 1963년이라고 한다. 이문구 선생의 소설 '소'에 서울로 이사를 가면 라면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느냐고 묻는 딸의 이야기가 나온다.처음 나왔을 때 라면 한 봉지 값은 10원이었다. 에계, 하고 말할 게 아니다. 그 10원이면 라면 다섯 배 분량의 국수를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다섯 식구가 저녁으로 국수를 먹을 때 아주 가끔 특별한 날의 특별식처럼 10원 짜리 국수묶음 하나와 10원 짜리 라면 하나를 사서 함께 끓여 먹었다.
애석하게도 라면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온전히 라면만에 대한 게 아니라 그렇게 국수와 함께 섞어 끓여 밋밋한 국숫발 사이로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던 몇 가닥의 구불구불한 면발에 대한 기억이다. 스프 하나로 국수 한 솥 맛을 냈는데도 그때의 국물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내가 음식에 대해 가장 충격적으로 들은 말이 "시내 천일여관 집 뚱뗑이 딸이 학교 갔다 와서 매일 앉은 자리에서 라면 두 개를 끓여먹는다"는 것이었다. 지금 같으면 많이 먹는다는 말로 이해했겠으나 그때는 그 귀한 라면을 매일 한꺼번에 두 개씩이라니, 그 호사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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