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아름답기도 하지만 온갖 먹거리의 보고이기도 하다. 남도의 맛과 인심은 이런 아름다운 풍광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여행에서 먹거리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일까? 수치로 표현하기는 힘들겠지만 분명히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눈이 덜 즐거웠더라도 입이 만족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여행이다. 아무리 좋은 것을 보았더라도 배가 고팠다면 기억하기 싫은 여행이 된다.
맛 기행을 떠난다. 맛은 물론 인심으로도 배가 부른 남도로 간다. 뜨거운 온천물로 차가워진 몸도 녹이자. 한마디로 건강 여행이다. 물론 아름다운 풍광과 유서 깊은 유적이 함께 한다.
▶ 준비
전남 영암군에서 1박, 화순군에서 2박을 한다. 영암에는 월출산온천관광호텔(061-473-6311)이 있다. 한번에 1,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욕탕이 들어있다.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지만 객실이 모자라면 영암읍에서 잠자리를 구한다. 읍에서 온천까지 승용차로 10분 거리. 온천은 오후 8시까지만 문을 열기 때문에 어차피 첫날에는 온천욕이 불가능하다. 영암읍에선 소프트모텔(471-8101) 월출파크장(471-0693) 월출콘도(473-0662) 신라여관(473-7595) 등이 비교적 규모가 크다.
화순은 화순온천으로 유명한 고장. 화순금호리조텔(370-5000)에 큰 욕탕이 있다. 온천지구내에 화순온천하와이(373-4000) 서울리조텔(373-8861) 등의 시설이 깔끔하다. 주말이면 광주 등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꼭 예약을 해야 한다.
▶ 출발(금요일 오후 5시)
영암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에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영산강하구언을 지나면 영암 땅이다. 호남고속도로 광산IC에서 빠져 13번 국도를 이용하면 나주를 거쳐 영암에 닿는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나주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나주는 곰탕의 고장. 국물이 흐리지 않고 맑다. 아주 맛있다. 중앙동의 하얀집(061-333-4292), 송월동의 남평식당(333-4665) 등이 잘한다. 오후 9시 30분을 넘으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길이 많이 막힌다면 식사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암에 도착하면 바로 잠자리에 든다. 이튿날 일정이 아주 바쁘다.
▶ 영암에서 강진까지(토요일 오전 5시 30분)
첫 코스는 물론 온천이다. 오전 6시부터 문을 연다. 1시간 정도 온천욕을 하면 개운한 아침식사가 기다린다. 영암의 대표적 먹거리인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이다. 중원회관(061-473-6700) 동락식당(471-3388) 영명식당(472-4027) 독천식당(472-4222) 등이 유명하다. 전날 저녁에 전화로 예약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어 영암 나들이에 나선다. 영암 제1경은 월출산. 그러나 험한 산이다. 특히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월출산 자락의 도갑사, 천황사, 무위사 등 유명한 절집들을 돌아보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영암에서 13번 국도로 월출산을 우회해 2번 국도를 갈아타면 강진군이다. 강진은 자타가 공언하는 ‘남도 답사 1번지’. 그 중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하며 수많은 저술을 한 다산초당, 한국 차문화의 1번지로 불리는 백련사, 영랑 김윤식의 생가 등은 필수코스다.
강진에서의 점심식사는 네 가지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탐진강의 장어를 숫불에 구워낸 장어구이(목리장어센터 432-9292), 이제는 매우 희귀해진 짱뚱어를 시래기와 된장과 함께 푹 끓인 짱뚱어탕(동해식당 433-1180), 4인상에 2만원으로 남도의 별미를 종합적으로 맛볼 수 있는 백반(설성식당 433-1282), 그리고 강진만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회이다.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른다.
▶ 강진에서 보성을 거쳐 화순으로(오후 1시 30분)
강진에서 2번 국도를 타면 장흥을 거쳐 보성에 닿는다. 보성의 얼굴은 녹차밭.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약간 남쪽으로 달리면 봇재. 이 언덕을 중심으로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시며 숨을 고른다. 다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면 인근 율포의 해수녹차온천탕(061-853-4566)을 찾는다.
보성의 대표 먹거리는 우렁. 예전에는 논바닥에 지천이었지만 이제는 무척 귀하다. 벌교우렁집(857-7613)이 잘 한다. 회와 탕으로 낸다. 우렁을 먹으려면 약간 길을 우회해야 한다.
보성읍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북상하면 화순에 닿는다. 화순에는 꼭 보아야 할 두 곳의 절이 있다. 불상과 탑이 많아 ‘천불천탑’이라 불리는 운주사와 3층목탑 양식의 독특한 대웅전이 있는 쌍봉사이다. 두 곳 모두 겨울에 찾으면 더욱 운치가 있다.
화순에는 흑두부가 유명하다. 달맞이흑두부(372-8465)가 대표적. 보쌈과 전골 등의 요리를 한다. 저녁식사 후에는 온천지구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 남원을 거쳐 귀경(일요일 오전 8시)
역시 온천욕으로 아침을 연다. 아침 식사로는 다슬기탕이 좋을 듯. 숙취 해소에 만점이다. 전원식당(061-372-6004)이 깔끔하다.
화순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북상하다가 소태IC에서 광주 시내를 우회하는 도로를 달리면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에 닿는다. 고속도로로 진입, 고서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전북 남원시로 향한다. 남원은 광한루원이 있는 정절의 고장. 대표 먹거리는 추어탕이다. 광한루원 옆에 있는 새집(063-625-2443)이 유명하다. 최근 개ㆍ보수를 해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남원에서 귀경하려면 17번 국도를 이용해 전주시까지 간 후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한다. 국도를 이용하면 불편할 것 같다고? 17번 국도는 왕복 4차선에 대부분 구간의 제한속도가 시속 80㎞인 준고속도로이다.
/ 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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