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양말을 갈아 신고 싶고, 이도 닦고 싶습니다."사흘 밤을 꼬박 새워 '도전! 잠 안 자고 영화 보기' 대회에서 우승한 전도사 이민(38)씨의 첫마디다. 그가 세운 기록은 59시간 4분. 1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스카라극장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이씨가 18일 오전 6시34분 "혈압(160/100)이 너무 높아져 그만 두고 싶다"고 일어서면서 끝났다.
이 부문 기네스 공인기록은 호주인이 6월에 세운 63시간 27분이며 비공인 기록은 66시간 17분. 종전 한국기록은 2000년 영화지 '씨네21'이 개최한 대회에서의 52시간이다.
이씨는 32번째 영화인 '전태일'의 상영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기쁨을 나누었다. 사흘 밤을 새운 사람답지 않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선물'을 가장 감명 깊게 봤다"며 "졸릴 때는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콧노래를 부르며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록을 세우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해 아쉽다"며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잠 안자고 영화 보기'대회는 케이블 영화채널 시네마TV가 한국영화 아카데미 총동문회와 공동으로 한국영화 아카데미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행사. 신청자 1만 2,867명 가운데 주최측이 뽑은 178명이 경합했다.
이씨는 배형준(32·약사)씨와 마지막 경합을 벌였고 57시간 8분 무렵 배씨가 탈락한 뒤에도 영화 한 편을 더 봤다. 주최측은 우승 상품으로 칸 영화제 티켓을 내걸었다. 이씨는 대회 참가를 권유한 아내에게 티켓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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