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서민들의 마음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사안은 서울 강남을 진원지로 들불처럼 번졌던 집값 폭등 현상이었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아파트 값은 한때 1주일 사이 1억원이 오를 정도로 폭등, '강남 불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 집값 급등락을 상징하는 아파트로 지목되면서 스타 아파트로 급부상했다. 박대식(53·사진) 전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시세에 우리 자신도 놀랐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2000년 3억5,000만원 했던 34평형 은마 아파트는 지난해 무려 8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1억4,000만원 정도 하락하는 등락을 겪었다.
그러나 박씨는 "정부가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 번번이 집 값을 안정시킬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일부 투기꾼들만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겼다"며 "은마아파트가 정부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바람에 실거주자들은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사고로 어깨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박씨는 재건축을 성사 시키려고 수술도 미룬 채 뛰어다녔으나 여론에 밀린 구청이 재건축 불가 판정을 내리자 6월 재건축조합장 자리를 사임했다.
박 씨의 지적처럼 올해 부동산 시장의 이상 급등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부동산 과열 조짐이 보이는데도 경기 부양을 위해 외환위기 직후의 시장활성화 조치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4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에 흘러 들고 여기에 투기 심리가 가세하자 집값은 고삐가 풀려버렸다. 뒤늦게 5·23대책, 9·5대책 등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오히려 집 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효과만 초래했다.
아파트 값 이상 급등으로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멀어져 갔고, 곳곳에서 '부동산 망국론'까지 대두됐다. 심지어 집값이 급등한 강남지역 주민들에 대한 질시와 따돌림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국론 분열 양상까지 나타났다.
결국 폭발 직전의 여론에 밀려 일부 주택공개념 개념까지 포함한 10·29대책이 등장하자 집값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여전히 '재테크는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집 값은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남아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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