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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퀘벡州만의 실용적 교육과정 "시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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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퀘벡州만의 실용적 교육과정 "시젭"

입력
200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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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퀘벡 주에는 시젭(CEGEP)이라고 하는 독특한 교육과정이 있다. 일종의 칼리지인 셈인데 대학 진학을 위한 2년 과정과 취업을 위한 3년 집중코스로 나뉜다.대학에 갈 사람은 시젭 2년 과정을 좋은 성적으로 마쳐야 하고 취업할 사람은 디자인, 사진, 회화, 기술, 간호, 마케팅 등의 과를 택해 3년을 배우고 사회로 나간다. 대학을 가기 위한 2년 과정에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취업을 위한 3년 과정의 경우에는 10대에서 40대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시스템은 대학과 비슷한데 공부나 숙제의 양은 대학에 못지않다.

시젭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에게 전공을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한 학기를 마치면 각 과마다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졸업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곳 한인 자녀들 중에는 시젭이 없는 토론토나 미국 대학으로 바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여기 와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시젭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의 대학생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멋쟁이들로 가득한 한국의 대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간다. 시젭에서 과목 별로 주어지는 과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개인시간을 낼 틈이 없이 바쁘게 진행되는 수업들을 쫓아가려면 멋 낼 틈이 없다.

올해도 지난 10일로 끝난 학사일정은 마지막 날까지 시험을 칠 정도로 빡빡했다. 시젭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중간 과정이라기보다는 학생들 각자가 철저하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또 다른 형태의 대학이라고 여겨진다.

퀘벡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시젭에는 다양한 국적과 언어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한다. 오리엔테이션에 갓난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들도 있고 전공을 바꿔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 이곳의 교육과정을 마치는 것이 유리해 학업을 계속하는 이민자 등 다양하다.

잘 아는 중국 본토 출신의 의사 친구가 이곳에서 시젭을 다닌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의사 정도면 당장 직업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수긍이 갔다. 경우에 따라서 대학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지 경험이 있어야 직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 이민자들이 이미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이나 시젭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퀘벡만의 교육 과정인 시젭은 찬반 양론이 분분하지만 대학보다 더 실용적인 취업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 희 캐나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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