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2대 주주(14.99%)인 소버린자산운용과 SK(주)의 경영권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SK(주)는 소버린의 '지분 5% 매각설'에 맞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10.41%)를 우호적인 국내 기관에 넘기기로 했으며 하나와 신한, 산업은행 등 SK네트웍스 채권단은 7% 가량의 SK(주) 자사주를 매입키로 하는 등 '백기사'로 나섰다.17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소버린은 SK그룹이 출자총액제한제의 적용을 받도록 지분 5% 가량을 국내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버린이 지분율을 10% 아래로 낮추면 SK(주)는 단일 외국인 지분 10% 이상일 때 적용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상의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해제돼 출자총액제한제 대상이 된다. 기업이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이 제도가 적용되면 SK 계열사의 SK(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최대 9% 줄어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의 지분율은 15.93%에서 6%대로 낮아진다. 최대 주주가 소버린으로 바뀌는 셈이다.
소버린은 "현재 보유중인 SK(주) 지분에서 단 1%도 매각할 계획이 없다"며 "우리는 장기투자자이며 이사진을 교체해 투명 경영을 이뤄낸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부인했지만 경영권 장악 기도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이 5% 매각을 검토했으나 장기투자의 명분이 사라지면 내년 3월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 보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소버린이 현재 27.70%인 외국인 지분 중 10% 이상을 확보하는 등 우호세력을 넓히고 있지만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5% 매각' 카드를 다시 끄집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소버린은 또 "적대적인 기업 사냥꾼이 아니라 한국 주주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나서고 있다"며 SK(주) 경영진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16일 "경영진 교체를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지면 소버린이 승리할 가능성이 60%"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SK(주)도 표 대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8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를 국내 기관투자가나 SK네트웍스 채권단에 매각, 우호지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석유를 다루는 국가 기관 사업체인 SK(주)의 경영권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넘어가면 국가 경제는 물론 은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경영권 방어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버린은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SK(주)의 SK네트웍스 지원에 반대해 왔다. 한편 소버린은 최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자사주 매각에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어 자사주 매각이 현실화 할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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