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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火葬해도 편히 잠들곳 없다

입력
200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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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친의 사망으로 장례를 치른 최인선(41·회사원)씨는 화장한 유골을 납골당에 모시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2년 전 부친 사망 때 경기 파주시 용미리 납골당에 모셨던 최씨는 이번에도 시립납골당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국가유공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 결국 수백만 원대 민간 납골당 이용이 여의치 않은 최씨는 시에서 조성한 산골(散骨)공원인 용미리 '추모의 숲'에 뼈를 뿌렸다. 최씨는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 불효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후회했다.서울시가 5월 장사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시립 납골당의 이용을 제한하면서 납골당을 이용하려는 유족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화장 장려 정책에 따라 납골당을 무료로 사용해왔는데 이제는 일반 봉분 값에 맞먹는 돈을 내고 사설 납골당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립 납골당이 조성되는 2005년 말까지는 비싼 돈을 들이던가 어쩔 수없이 산골을 해야 하는 상황. 일부 시민들은 "화장해 공립납골당에 안치되려면 당분간 죽지도 못한다"고 혀를 찼다.

서울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납골당은 벽제와 용미리의 9만여위. 최근 화장률이 59%에 달하는 등 장묘문화가 급변하면서 납골당 이용객이 급증, 현재 6,000여위만 남았다. 시는 5월부터 남은 납골당을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용으로만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시는 당초 용미리에 4,5기 납골당 5만위를 추가 조성하고,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에 5만위를 새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자 모두 철회했다. 대신 납골당 설치 책임을 각 자치구에 떠넘겨 구청 자체적으로 납골당을 확보토록 했다.

납골당 이용이 제한되자 일부 시민들은 수원, 성남시 등의 저렴한 시립납골당을 이용키 위해 임종직전 주소를 옮기는 '위장전입'도 불사했고 해당 자치단체는 '사망전 6개월 이상 거주' 등의 조건을 조례로 개정하는 등 납골당을 사수했다.

서울시는 총 13만여위의 구립 납골당이 2005년 말까지 마련되면 30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납골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개 구는 6∼9개구씩 3개의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 납골당을 추진 중이고 성북, 양천, 서초, 강남구 등은 독자적으로 납골당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05년까지 완공할 경우 한 위당 30만원씩을 지원하겠다는 시의 지침에 따라 각 자치구들은 기한내 납골당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서울시내에서의 부지확보를 포기한 채 경기도 등 인근 민간 납골시설 일부를 몰래 임대 혹은 매입하고 나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경기도와 해당 시·군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자치구들의 납골당 확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지도 의문이다.

경기도 가정복지과 장묘담당 강승도 팀장은 "용미리와 원지동의 추가 납골당 조성 기회를 무산시키고는 남의 땅에 와서 납골당을 세우겠다고 하면 누가 받아들이겠느냐"며 "시가 도내 자치단체들과 상의없이 민간업자를 내세워 이 지역에 납골당을 짓겠다는 것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어긴 탈법·불법 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노인복지과 방태원 과장은 "이미 허가를 받아 조성된 민간 납골시설의 일부분을 자치구들이 분양받아 구민들에게 이용토록 한다는 계획으로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며 "수도권의 놀고 있는 납골시설을 구립으로 저렴하게 이용케 되면 주변 사설 납골당의 사용료 인하를 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우선 내년 말까지 5만위의 납골시설이 확보될 것으로 보고 새해 예산에 상반기 100억원, 하반기 5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놓았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총 13만여위의 납골당을 확충하고, 앞으로 현재 최장 30년(기본 15년에 5년씩 3번 연장)인 납골 기한을 15년으로 줄여 기존 9만여위의 납골당 회전율을 높일 경우 더 이상의 추가 납골당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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