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택 청약은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가장 안정적인 내 집 마련 수단이다. 하지만 지금 청약을 신청하려는 사람은 한번쯤 숨 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2∼3년간 부풀려진 아파트 분양가 거품이 올해 말을 고비로 서서히 걷힐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동시분양 등 신규 아파트 청약을 하려는 사람은 청약시기를 분양가 인하 가능성이 높은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한다.분양가 하향 곡선으로 돌아서
정부의 10·29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 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다. 최근 실시한 서울시 11차 동시분양에서는 강남에서도 미분양·미계약 사태가 속출했다. 여기에 택지개발 예정 지구인 파주 금촌의 일부 단지에서는 1순위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위기 의식을 느낀 업체들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11차 동시분양에서는 상당수 업체들이 분양가를 처음 내렸고, 이 달 말 12차 동시분양을 앞두고 주택협회는 사전 심의를 통해 분양가 인상을 사실상 자체 규제했다.
파주 교하에서 이 달 중 분양 예정인 효성-대원은 당초 평당 701만원 선으로 책정했던 분양가를 40만∼50만원 가량 내리는 것을 협의중이다. 22일부터 청약에 들어가는 파주 교하 월드메르디앙도 당초 평당 710만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다가 평당 690만원으로 낮췄다. 앞서 11월 교하 지구에서 분양한 동문건설은 평당 700만원 선에서 분양하려던 계획을 수정, 평당 687만원에 공급했다.
여기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분양가 원가 공개 발언도 분양가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건설교통부에 보고한 서울시도시개발공사 분양원가 보고서에 따르면 도개공이 이 달 초 평당 1,211만원에 분양한 서울 상암지구 7단지 40평형 아파트의 분양 원가가 분양가의 58.3%인 705만원으로 드러났다. 도개공이 불과 7개월 전에 이 곳에서 평당 554만원(33평형)에 분양한 것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에 따라 일반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라는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기업인 도개공이 큰 이득을 보는데 일반 업체들이 실시하는 분양가는 이보다 훨씬 더 과대 포장돼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내년에는 분양가 더 내려갈 것"
부동산 업계는 내년에는 분양가 인하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팎의 여건도 분양가 인하 도미노를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건설경기 위축을 우려해 10·29대책에서 분양가 원가 공개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는 대신 내년부터 플러스 옵션제를 도입키로 했다. 플러스 옵션제는 그간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었던 빌트인 가전제품을 분양가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분양가 인하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시장의 도개공 분양 원가 공개발언도 일반업체가 앞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데 적잖은 압박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분양가를 내리는 가장 큰 요인은 시장 상황이다. 그간 아파트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연동해 높여 왔는데 내년에는 집 값이 지금보다 소폭이나마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분양가도 내려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심리마저 잔뜩 위축돼 있어 업체로서는 분양가 인하라는 카드 외에는 별다른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아파트 분양가가 집 값 상승에 편승해 과도하게 오른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원리에 따라 분양가도 자연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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