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남극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다. 그냥 가보고 싶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일년쯤 얼음집을 짓고 사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커서도 늘 내 마음 속에 있었다. 눈썰매 하나는 내 손으로 기가 막히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 눈썰매를 끌 개도 기르고, 그 썰매에 내 아이들도 태우고 싶었다.그런데, 어린 시절 눈 많은 고장에서 자라며 눈으로 얼음집을 짓고 놀던 내 꿈만 이렇게 원시적인 게 아니라는 걸 최근 알았다. 남극 세종기지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눈 위에서는 무얼 타고 다녔는지 모르지만 바다 위를 다닐 땐 고무보트를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나는 고무 보트라는 건 따뜻한 바다에서나 타는 것인 줄 알았다. 피서 때나 타고, 군인들이 해상 훈련할 때나 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거기까지 지원할 돈이 없어서 남극에서 우리 젊은 인재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다니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장비의 가격이 문제였다는데 나라의 그 많고 많은 돈은 '어떤 놈들이 다 해쳐먹어서' 이 빛나는 나이의 젊은이들을 저 추운 남극의 바다에서 '고무 다라'나 별 차이가 없는 고무보트를 타게 했단 말인가. 선거 때 돈 수백억원 먹은 인간들 말 좀 해 봐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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