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17일 기자회견은 전날 노무현 대통령 특별 회견에 대한 반박이자 격렬한 대(對) 정권투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최 대표는 이날 "크건 작건 불법 대선자금이 드러나면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 대통령이 국정쇄신을 거부하면 우리도 상응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가 말한 책임과 대책은 각각 대통령의 하야 또는 국회의 탄핵추진과 정권퇴진 운동을 의미한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최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이 당선 후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형법상 사전 뇌물죄로, 대통령 위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이 같은 강공은 내년 총선 때까지 정권과 가파른 긴장관계를 유지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유리한 총선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대통령의 측근비리와 대선자금 의혹을 방편으로 검찰의 한나라당 대선자금 수사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뜻도 숨어있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 추진 방침을 천명하면서 "특검 수사기간은 검찰수사가 진행된 만큼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 이 문제를 총선이 임박한 시점까지 장기 쟁점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구체적인 특검법 제출 및 처리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다른 정당과 협의에 착수하겠다"는 선에서 멈춘 것은 일단 특검을 검찰의 노 대통령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권력형 비리와 선거사범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 검찰청'의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사 대상이 수사 주체를 정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을 우려, 대선자금 특검 도입을 주저하던 한나라당이 이날 적극적 자세로 돌아선 데는 15일 이회창 전 총재의 검찰 자진출두가 계기로 작용했다. 이 전 총재가 "내가 모든 불법 모금을 지시했다"며 검찰에 나간 만큼 당은 상당한 부담을 덜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당직자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서 당의 새로운 비리사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면 모처럼의 국면전환 시도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일말의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 崔대표 일문일답 요지
대선자금 특검 지금부터 추진하는 것이 진행 중인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검찰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대선자금 노 대통령이 당선 이후 돈을 받은 게 확인되면 사전뇌물죄에 해당된다. 그러면 대통령 위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불법대선자금 추가 공개 490억원외에 다른 자금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확인되는 대로 진솔하게 얘기하겠다.
국정쇄신 대통령이 이대로 나라를 끌고 간다면 상응한 대책이 있다.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든지, 내각을 바꾸든지, 청와대를 바꾸든지 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노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를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은 열린우리당이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게 하려는 궁여지책이다. 직접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소선거구제가 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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