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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까-한국의 대안운동]대안 생리대 운동 피자매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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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까-한국의 대안운동]대안 생리대 운동 피자매연대

입력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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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생리대는 귀찮은 월례행사에서 여성을 해방시켜준 구원자로 평가되어왔다. 국내서도 1971년 코텍스라는 이름으로 첫 제품이 나온 후 승마하는 여성, 달리는 여성, 일하는 여성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 여성의 자유로운 삶에 기여하는 동반자로 각인됐다. 그 때문인지 다른 1회용품이 환경운동의 거센 조류에 밀려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1회용 생리대만은 건재했다.2003년은 1회용 생리대가 사라지는 원년도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2000년부터 시작된 대안 생리대에 대한 논의가 대안 생리대를 만들어 쓰자는 운동으로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갔다. 13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작은 카페에서는 '대안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이 열렸다.

피자매연대(anarcla.net/blood.htm)가 마련한 이 자리에는 불과 열 한 살의 어린 소녀부터 쉰 살의 아줌마까지 13명이 대안 생리대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모여 들었다. 피자매연대는 9월 17일에 대안 생리대 만들기 첫 워크숍을 연 데 이어 10월에 이어 세번째로 이번 워크숍을 열었다. 매번 참석자는 10∼20명.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환경운동단체에 소속돼 있거나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로 이들을 통해 대안생리대 만들기가 번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1회용 생리대를 대신할 천 생리대를 쓰자는 논의는 3년전부터 있어왔고 이 무렵부터 한살림과 정토회에서는 면천을 네모나게 자른 천 생리대를 염가에 판매해 1회용 생리대 안 쓰기 운동을 퍼뜨려왔다. 그러나 이 형태는 활동을 많이 하는 여성에게는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 피자매연대는 이런 점을 감안,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는 대안 생리대를 제안하고 이를 만드는 법을 보급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워크숍은 1회용 생리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서 시작한다. 강사인 이미영(30·필명 매닉)씨는 1회용 생리대는 쓰고 버린다는 점에서 엄청난 환경폐기물을 만들어낸다는 점, 생리대의 원료인 펄프를 만들기 위해 나무가 베어져야 한다는 사실, 생리대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표백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생성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1회용 생리대를 버리고 대안 생리대를 써야 할 이유를 설득한다. "유아용 1회용 기저귀도 마찬가지이지만 1회용 생리대 역시 젖은 쓰레기라서 소각하지 못하고 땅에 묻히는데 그러면 그 다이옥신이 다시 토양을 오염시킨다." 이씨는 표백을 비롯한 각종 화학공정을 통해 생산된 1회용 생리대가 여성 건강에도 좋을 리 없다고 일러준다. 물론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들은 이미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서로의 체험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4명은 이미 천 생리대를 쓰는 사람들. 경기 성남에서 생활협동조합운동을 하고 있는 장연실(32·주부·경기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씨는 생협에 대안 생리대를 적극 보급하기 위해 만드는 법을 배우러 왔다. 그는 올 봄부터 한살림에서 공급되는 천 생리대를 써왔다. "그 전까지는 생리가 끝날 무렵이면 늘 아래가 짓무르거나 물집이 잡혔다. 생리대를 자주 갈아줘도 문제는 마찬가지였는데 천 생리대를 쓰고 난 후 그것이 1회용 생리대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장씨는 말한다. 다들 천 생리대를 쓰면 냄새가 더 나거나 새지 않는가를 우려하는데 장씨의 경험으로는 "천을 쓰면 오히려 냄새가 덜 난다"며 "역한 냄새는 피냄새가 아니라 1회용 생리대 냄새"라고 추정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날 교육을 토대로 다양한 대안 생리대를 만들어 이번 주 토요일(20일)에 생협 사무실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안 생리대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워크숍에서 만드는 대안 생리대는 미국의 대안 생리대 단체인 매니문스(manymoons)가 창안한 '날개 통합형'.

이씨는 참석자들에게 우선 A4용지에 그린 본을 한 장씩 나눠주고 오리게 한다. 이어 오린 본을 대고 가져온 천에 그리게 한다. 탁자 위에 놓인 천은 알록달록 그림이 예쁜 융 천. 생리대 하면 흰 색을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뜻밖이다. "생리대라고 해서 꼭 흰색을 써야 한다는 것은 실은 여성은 깨끗해야 한다, 순결해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사고가 생리대 모습을 규정지었기 때문"이라는 이씨는 색깔있는 천으로 생리대를 만들면 관리하기가 더 편하다고 일러준다.

대안 생리대 한 장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30분 안팎이다. 손바느질인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쓰레기를 줄이는 시민협의회 회원으로 모임 게시판에 뜬 걸 보고 찾아왔다는 박인숙(50·주부·서울 도봉구 상계동)씨는 "재봉틀로 하면 하루에 200개도 만들겠다"고 웃었다.

선우영희(45·주부·춘천시 퇴계동)씨는 초경을 앞둔 딸에게 대안생리대를 쓰게 하고 싶어서 딸을 데리고 춘천에서 올라왔다. 선우씨 역시 몇 년전부터 천 생리대를 써왔다. 그는 "처음 버릇 들이면 계속 하게 될 것 같아 몸에 좋은 이걸 딸에게 선물하려고 배우러 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선우씨의 큰 딸은 실상사 작은 학교에 다니는 중3학생인데 선우씨는 이날 즉석에서 이씨를 작은 학교 특강 강사로 초청했다. 함께 온 딸 이지은(11·초등6년)양은 "친구들 가운데는 이미 생리를 시작한 애도 있지만 천 생리대를 쓰는 아이는 없다"며 "써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숙(31·회사원·경기도 광명시)씨도 6개월전부터 천 생리대를 쓰고 있는 상태. 그는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쓰고 있으면 생리 마지막 날 쯤에는 몸이 퉁퉁 붓는 느낌도 들고 가려움증이 심했다"며 "조카가 쓰던 천 기저귀를 가져다가 써본 결과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호주산 대안 생리대를 사 쓰고 있다. 그는 "그동안 어지르기만 하고 쓰레기만 만들며 살았는데 대안 생리대를 쓰면서부터 지구를 지키는 일에 일조를 한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씨는 "외제는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웠다"며 "배운대로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해주면 친구들도 따라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우리나라에서 대안생리대 운동에 불을 지핀 단체는 여성민우회. 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는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에 부가세까지 붙어서 생리대 자체가 너무 비싸다며 지난해부터 생리대 부가세 폐지운동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5월 생리대 사용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1인이 생리 한번에 쓰는 생리대는 평균 21개. 평생 500회를 한다고 가정할 때 1만500개의 환경쓰레기를 본의 아니게 배출하는 셈이다. 또 여성들은 1회용 생리대 사용 결과 59.9%가 가려움증 따가움 짓무름 같은 피부질환을 겪었다고 이 설문조사에서 답했다. 여성환경센터 사무국장 명진숙(39)씨는 "조사과정에서 여성들이 대안 생리대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성민우회에서도 6월에 '생리대를 생각하는 여성들 모임'(생생녀)을 만들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대안 생리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또 에코페미니즘 모임인 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꿈지모)에서도 올 6월에 책을 펴내 대안 생리대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곳 대표 이윤숙(36)씨는 97년 일본 유학 당시 생협 운동에 접하면서 대안 생리대 확산에 나서고 있다.

주부 임혜령(31·경기 과천시 별양동)씨는 올 2월 인터넷에 '면생리대 정보와 면생리대 대안생리대를 퍼뜨립시다'는 생리대 만들기 카페(cafe.daum.net/makepad)를 만들었다. 일본 사이트를 뒤져 대안 생리대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는 임씨는 "이제는 종이생리대는 답답해서 못 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생리대 시장은 연 2,700억원대로 추정한다. 실은 이만큼의 폐기물이 생산되는 셈이다. 피자매연대의 이미영씨는 "여성의 몸이 기업의 이윤 추구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안생리대 운동은 더욱 널리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자매 연대는 앞으로 대안 생리대를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어 염가에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 다양한 대안 생리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과 불교생태공동체인 정토회에서 기저귀천을 네모나게 자른 기본형을 판다. 한살림에서는 '달맞이'라는 이름으로 5장에 5,300원, 정토회는 '에코 붓다'라는 이름으로 5장에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안생리대를 널리 소개하기 위해 제작비 정도를 받는 수준이다.

수입산 대안생리대들은 똑딱 단추를 달아 팬티에 부착하도록 되어있는 형태인데 가격이 비싸다. 유기농면으로 만든 루나패드 제품은 생리 내내 사용할 수 있는 기본세트가 21만1,200원. 호주의 위문 제품은 개당 2만3,000원, 7개들이를 15만원에 판매한다.

피자매연대가 제안하는 대안 생리대는 천으로 만들되 날개에 똑딱 단추를 달아 팬티에 부착할 수 있게 했다.

날개통합형은 개나리 꽃 모양의 천을 양쪽으로 붙여 가운데에 흡수천을 넣도록 했다. 미국의 대안생리대 단체인 매니문스가 제안해서 매니문스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날개분리형은 둥글고 길게 중심을 만든 후 날개를 옆에 붙이는 형태로 역시 가운데에는 흡수천을 넣게 되어있다. 캐나다의 대안생리대 단체인 블러드시스터가 제안해서 블러드시스터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크리넥스형은 크리넥스 통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 가운데 뻥 뚫린 곳에 흡수천을 넣는데 전체를 방수천으로 만들어 흡수천만 바꿔주면 되는 것이 장점이다.

임혜령씨가 만드는 대안생리대는 일본형으로 외형은 날개통합형과 흡사한데 방수흡수천을 아예 가운데 속에 넣어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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