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6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역시 '비교 우위'다.정치자금 문제에 관한 한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역대 어느 선거,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적 우위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이날 회견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를 "대선비용을 그전보다 10분의1로 줄인 선거혁명","우리의 소중한 신화"라고까지 표현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미 측근 등에 의한 불법 대선자금 조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절대적 우위를 말할 수 없는 처지이다.
노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및 측근비리 문제에 부딪혀 내놓은 '재신임 제안','한나라당의 10분의1이 넘으면 정계은퇴'등의 구상과 약속은 모두 이 비교우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승부수'라는 규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회견 내용은 결국 이 비교우위에 승부를 걸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10분의1'이라는 구체적 수치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비교우위를 나름대로 계량화한 것이다. 당초 이날 회견의 중요 목적으로 알려졌던 '정계은퇴 용의'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걸고 맹세를 해야 믿어줄 것 아니겠나"라고 말한 것은 마지막 카드인 비교우위에 대한 훼손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훼손을 "빨리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 비교우위를 기초로, 그 위에 특검과 자신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 의지, 수사 결과에 따른 재신임 또는 정계은퇴 약속을 쌓아 올렸다.
노 대통령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또 국민이 수긍하든, 하지 않든 '10분의1'은 노 대통령도 되물릴 수 없는 비교우위의 한계기준이 돼 버렸다. '10분의1'을 통과한다 해도 재신임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흔들리는 대통령이 오래 가면 좋지 않다", "일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재신임 문제 돌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그것은 노 대통령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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