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자 한 신문의 스포츠면에 단일 농구경기로는 세계최다 관중신기록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 한 장이 실렸었다. 상식적인 농구장 수용규모를 훨씬 넘어선 7만8,129명이라는 관중수에 대한 궁금증은 잠시후 미식축구 경기장에 농구코트를 임시로 설치했다는 설명을 보고 풀렸다. 모든 스포츠조직의 마케팅 팀이 안고 있는 숙제 중의 하나를 단방에 해결한 '사건'이었다.선수가 만드는 경기로 돈을 벌어야 하는 스포츠조직의 마케팅 팀에게는 여러 가지 숙제가 주어져 있다. 그 중 구장수입과 관련된 숙제로는 어떻게 하면 팬을 경기장에 많이 오게 하고, 경기장 안과 밖에서 되도록 많이 쓰게 만들고,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인가 등이다.
많이 오게 하는 첫째 숙제는 팀 성적, 선수, 연고지, 소득수준 등이 복잡하게 얽힌 난제로 마케팅 능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풀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첫 단계에서 많이 오게는 했는데 좌석이 모자라 온 사람을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숙제를 반만 푼 격이 된다. 이때 티켓담당자는 마치 딴 돈을 도로 잃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는데 그 사진은 그야말로 100점짜리 답을 보여주고 있다.
들어온 사람들이 많이 쓰고 나가게 만드는 둘째 숙제는 일명 '라스베이거스 식' 영업이 대표적인 해답으로 통용되고 있다. 저렴한 입장료라는 미끼상품으로 팬을 유인한 다음 사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매력적인 상품을 늘어놓는 작전을 말한다. 상품으로는 기존의 모자, 티셔츠에 그치지 않고 동반 어린이를 겨냥한 '팀 컬러 페인트'까지 나올 예정이다. "아이들이 자기 방을 좋아하는 팀의 색으로 도배하고 싶어할 수 있다"는 게 이 제품을 준비중인 관련 단체측의 말이다.
구장수입과 관련된 세번째 숙제도 앞의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번 와 본 팬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두번 다시 올 생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팀 전력이 약체일수록 경기 외적인 '재미'의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식료품 가게에서 물건을 배달하는 개에서 힌트를 얻어 볼보이(Ball boy) 대신 '기적의 개 제리코' 라는 볼독(Ball dog)을 기용한 사례도 그 중 하나다.
앞에서 언급한 사진은 프로농구도 아닌 미국 대학농구 팀에서 제시했던 답이다. 두번째의 페인트는 미 프로농구(NBA)가 준비 중인 신제품이며, 세번째의 볼독은 미국 프로야구 산하 마이너리그 중 최하위수준에 속하는 독립리그의 한 구단주가 기용했다. 셋 다 우리에게 모범답안은 아닐지 몰라도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준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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