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종류의 나무 중에서 특히 소나무는 우리 한민족과 공동의 삶을 영위해왔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나타나는 잡초처럼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우리 산야의 중심목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실생활에서도 생로병사의 전 과정에 긴요하게 쓰였다.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자연생태계 속에서 소나무가 지금까지 잘 적응해 온 것은 그 이용가치 때문에 인위적으로 소나무가 살기좋은 환경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만약 숲의 잡다한 다른 나무들을 적절히 조절해주지 않았다면 소나무는 넓은 잎나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소나무와 우리 민족은 상호 보완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강원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연곡면사무소에서 6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약 15㎞ 가면 오대산국립공원의 동쪽 끝인 소금강 계곡이 시작되는데 그 어귀에 450년쯤 된 소나무 당산목(堂山木)이 서있는 숲이 나타난다. 당산목 소나무는 나무 높이가 22m, 가슴둘레가 4.1m나 되며 1988년도에 천연기념물 350호로 지정됐는데, 주위에는 그보다 작은 소나무와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우러진 채 도로에 둘러싸여 작은 임총(林叢)을 형성하고 있다.
전나무나 느티나무가 아닌 소나무가 당산목으로 신격화되는 경우는 흔치않은데 유독 강릉지방에서는 소나무를 귀하게 여긴다. 이곳 소나무는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수많은 세월을 더불어 살아오며 소금강 계곡의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주민의 안녕과 번영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서 마을을 굽어 살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위해 주변에 돌을 쌓는 등 특별히 보호해 왔을 뿐만 아니라 신목(神木)으로 여겨 매년 길일을 택해서 제를 올리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 농사,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제사는 마을에서 선출된 제주의 생년월일까지 고려한 길일에 지내는데 마을 사람들의 화합의 마당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 소나무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사명대사가 지은 청송사(靑松辭)에 "눈서리 이겨내고 비 오고 이슬 내린다 해도 항상 푸르고 푸르며 변함이 없구나"라는 시구가 있는데 이처럼 속되지 않고 기교를 부리지않으며 묵묵하고 한결같음이 소나무의 매력이지 않은가? 강릉 삼산리에 있는 소나무 당산목을 마을 사람들이 신목으로 여기는 것 또한 이같은 깊은 뜻에서 일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소나무를 닮아가려 했으니 그것은 틀리지 않은 옳은 길일 것이며,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도 그 정신을 본 받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정 헌 관 임업연구원 hgchung2095@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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