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의 신문 과정에서 "(그동안) 이라크 저항 세력을 배후조종하거나 저항세력의 공격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후세인은 또 미군에 붙잡힌 전직 이라크 고위 인사들처럼 "이라크는 유엔 안보리 결의 등으로 보유가 금지된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뉴욕타임스는 13일 생포 직후 시작된 신문에서 미군은 후세인과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관계, WMD 존재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아직 성과가 없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후세인은 현재 주요 의혹과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지만 이는 지친 심신 탓도 크다"면서 "향후 그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시간이 흐르면 다른 테러범들의 신문에서처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스 블릭스 전 이라크 유엔무기사찰단장은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의 철저한 사찰이 진행됐던 이라크의 후세인이 WMD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며 "후세인의 생포는 미국의 WMD추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현재 미 중부군사령부,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요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 신문팀을 투입해 후세인을 조사중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영국 등 동맹국의 신문팀과 후세인의 잔학 행위를 잘 알고 있는 이라크인들도 조사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편 이라크 저항세력과 관련, 위싱턴 포스트는 후세인 생포로 저항세력의 공격이 약화할 것이라는 미군의 관측이 잘못된 분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리카르도 산체스 중장 등 이라크 현지 미군 관계자들은 "저항세력의 근간을 이루는 바트당 잔존세력, 수니파 교도들이 후세인이라는 구심점을 잃게 됐다"며 "저항세력의 공격이 곧바로 줄거나 사라지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 격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에 대해 미군에 대한 공격과 후세인 지지 정서를 같은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는 이라크 수니파 및 일반 대중의 정서를 감안할 때 미군의 분석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물론 과거 후세인의 지지 기반이었던 수니파 교도 상당수는 미군에 대한 저항이 후세인 지지에서 싹트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심지어 수니파 교도들은 미군이 이라크 땅을 밟게 한 책임을 후세인에게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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