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 "그 분의 출두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이 거기에 겹쳐지는 느낌이 자꾸 들어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대선 동안이나 선거 끝난 뒤에 제 가까운 사람들이 이 전 총재를 비난하면 내가 항상 반론을 했었다"며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닌 각별히 수련된 사람이고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아주 우수하고 자세 바른 법관이라는 점은 사실인 것 같다"고 존경을 표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구장, 대선구장은 잘 다듬어진 잔디구장이 아니라 '진 뻘밭 구장'이어서 여기에 들어오면 변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책임의 크고 작음을 떠나 가장 덜 오염됐을 것이라고 믿는 분의 출두 모습을 보고 착잡했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그는 "과거 울퉁불퉁한 자갈밭에서 운동할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누구도 큰 소리치지 못한다"면서 "나 스스로 그 분과 얼마나 다르겠는가, 50보 100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안희정씨 등 측근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국민에게 부끄러운 모습이 돼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도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는 말로 시작했다.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발언은 취임 10개월 만에 3번째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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