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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자살 막은 어머니의 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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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자살 막은 어머니의 환청

입력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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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가을의 어느 날 밤. 난 서울 신사동의 한 4층 건물 옥상에 서 있었다. 이제 30대 후반의 한창 일할 나이였지만 갑자기 찾아온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할 결심을 한 것이다.빌딩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인적 하나 없이 조용했다. 멀리서 가로등 불빛 몇 개만이 슬프게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낀 순간, 갑자기 어머님의 음성이 내 귀를 때렸다. "이 놈아, 죽을 각오로 무엇을 못한단 말이냐!"

환청이었다. 그러나 또렷한 그 음성에 깜짝 놀란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서야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부끄러운 추억이지만 결국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은 어머님의 그 사랑의 음성 덕택이었다.

사실 어린 시절 내게 어머니는 다정하기 보다는 엄하신 분이었다. 사회복지법인을 설립, 어려운 처지에 놓인 어린 아이들을 당신의 자식보다 더 끔찍이 돌보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투정과 심술을 부린 적이 많았다. 그런 나를 어머니는 회초리로 다스리셨다. 내가 고기를 달라고 조르면 고기는 주지 않고 고기 잡는 방법만 가르쳐 주셨다.

그때는 어머니가 미울 때도 있었지만 자라면서 나는 그것이 어머니의 독실한 신앙에서 나온 사랑의 힘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사랑은 나를 독립심이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때문인지 대학을 졸업한 후 탄탄대로를 질주했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은 나는 당시로서는 거금을 투자 받아 국내 최초로 원두커피를 수입하게 되었다. 소유하고 있던 관광호텔의 운영도 순조로웠다. 그런데 원두커피 전국 대리점을 대대적으로 모집하면 몇 십억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꾀임에 빠져 그만 60여 억원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며칠을 통음하면서 보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 어머니의 사랑의 음성은 나를 살려 내신 것이다. 그 때 나는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사업철학을 생각해냈다. 사랑과 봉사였다. 어머니는 그 힘든 보릿고개 시절에도 사랑을 베풀며 사회에 봉사해 오셨는데 나는 조그마한 손해에 모든 것을 팽개치려 한 것이다. '그래, 사업이란 것도 결국 사랑과 봉사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 아닌가.'

그날 이후 난 정의로운 삶,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 왔다.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을 조금이나마 전파하는 것을 나의 임무로 알고 생활했다. 경제상황이 안 좋은 요즘 삶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해 베토벤의 일화 하나를 인용한다.

'악성' 베토벤은 젊은 시절 실연을 당해 자살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절벽에서 몸을 던지려는 순간 '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 모든 일을 죽을 각오로 한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토벤은 이후 음악에 모든 것을 바쳤고 불후의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죽을 각오로 무엇을 못한단 말이냐"라고 꾸짖으신 어머님의 말씀과 너무 똑 같은 일화 아닌가.

박 명 천 (주)로마을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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